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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에이드 Jul 09. 2024

에어컨을 켜면 끄고 싶고 끄면 켜고 싶어

저만 이런가요? 

"아들, 덥다. 더워. 에어컨 켜줘." 

정말 덥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다. 호들갑 떨면서 에어컨을 켜달라고 부산을 떤다. 하지만 곧 싸한 추위가 느껴진다. 이런 서늘한 바람이 싫어진다. 이내 다급하게 또 아들을 부른다. 

"아들, 추워. 에어컨 좀 꺼줘."

 "...... 엄마, 에어컨 켠 지 얼마 안 됐어." 

그렇다. 내가 느끼기에도 에어컨 켠 지 얼마 안 됐다. 주섬주섬 카디건을 챙겨 입었다. 정말이지 에어컨을 켜면 끄고 싶고 끄면 켜고 싶다. 



똑같은 현상이 달리는 차 안에서도 일어난다. 남편에게 에어컨을 꺼라, 다시 켜달라 무한 반복이다. 홀로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조금 시원해지면 에어컨을 바로 끄고 다시 더워지면 트는 것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거듭하는 나를 보면서 왜 이러나 싶다. 혹여 카페라도 갈 참이면 (추워서 닭살이 돋아올라도) 꺼달라고 말을 못 하니 여름에 제법 털이 몽실몽실 보이는 카디건을 챙겨 다니는 여자가 되었다. 정녕 나만 이러는 것일까? 지구상에 에어컨과 싸우는 여자는 나뿐일까? 그렇지 않았다.   



삼성전자 개발팀에서 주부들의 에어컨에 대한 불만사항, 피드백을 받고 일명 무풍 에어컨을 만들었다. 에어컨을 켜면 끄고 싶고 끄면 켜고 싶다, 시원한 것 원하지만 찬바람은 싫다는 이런 심술부리는 듯한 심리를 잘 살펴본 결과 대 히트를 친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신제품을 모르겠고 10년이 넘은 에어컨을 사용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에어컨 온오프로 심술부리는 엄마, 아내로 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다른 욕심 없다. 나에게 맞는 온도, 습도, 조명(조명은 바라지도 않는다)을 찾는 것이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적절한 온도.... 보다 더 간절한 딱 좋은 습도. 꿉꿉한 공기와 거실 바닥의 찍찍함을 이기는 상쾌하고 적절한 습도 40~60%. 어찌 보면 나는 그 딱 좋은 습도에 더 반응한 것 같다. 여름 장마 때가 되면 습도계가 고장 난 것 같은 믿을 수 없는 수치를 보게 된다. 보기 전까지 괜찮았는데 보는 동시에 예민해지면서 컨디션 뚝 떨어지는 이 느낌. 



여름은 이 습도 관리와 전쟁이다. 우리나라는 겨울엔 습도가 낮아서 높이려 하고, 여름은 습도가 높아서 낮추려고 하는 환경에 있다. 습도는 올리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겨울에는 빨래를 넌다거나, 가습기를 틀거나, 또 물을 끓이면서 비교적 쉽게 습도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름에는 이 높은 습도를 끌어내리려 제습기, 에어컨, 보일러 가동과 같은 전자제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결국 에어컨은 이 여름 온, 습도 관리의 필수품이란 말이다. 



내게 맞는 온도, 습도를 찾고자 하는 이 의식의 흐름은 결말은 무엇일까. 나는 에어컨을 켰다 껐다 해서 전기료 인상의 주범이 되어야겠는가. 해답은 없다. 변덕스러운 엄마, 에어컨과 싸우는 여자로 내 온, 습도를 맞추는 수밖에. 혹은 무풍 에어컨을 사거나. (에어컨 청소를 했는데 기사님이 우리 집 에어컨 오래되었는데도 깨끗하고 관리가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멀쩡한 녀석을 버릴 수 없다.) 혹은 에어컨 세기가 딱 좋은 곳을 찾아서 자주 가거나. 7월. 찐 여름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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