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공기 같은, 때론 똥 같은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로 인해서 돈이 든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물이, 전기가, 가스와 집세 같은 것들 말이다. “물 아껴 써라. 형광등 꺼라. 보일러 온도 낮춰라.” 물이나 전기를 소중히 여기는 말들이다. 그리고 요즘은 기름이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지금처럼 중동에서 전쟁이 터진 시기에 기름은 시간이 갈수록 그 몸값이 높아져 간다. 살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이 많이 필요할수록 귀한 것이다.
그런데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들 중에 ‘돈'이 들지 않는 것은 없을까? 햇빛? 태양에서 모두에게 보내지는 것이 아닌가. 사실 햇빛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지는 않다. 부유한 사람들은 높은 건물, 볕이 잘 드는 장소에서 햇빛을 듬뿍 받으며 살아간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땅 속으로 들어간다. 지하로, 지하로. 높은 건물에 일조권을 침해받는 사람도 있다.
골똘히 생각해 보니 하나가 있다. 바로 ‘공기'다. 사람은 공기가 없으면 바로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기에 돈을 받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다. 높은 건물이나 지하에나 공기가 없는 곳은 없다. 다행이다. 아직 무료라서. 어디에나 있어서. 그래서 그런가. 공기는 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사회에는 공기 같은 사람들이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새벽녘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미화원들, 화장실 변기를 닦아주는 청소원들, 당신이 살고 있는 그 공간을 짓기 위해 시멘트를 날랐던 사람들, 오늘 아침 당신이 먹은 음식을 하기 위해 더 일찍 일어났던 사람들, 당신이 잤던 자리의 이불을 정리해 준 사람...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곳에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은,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대개 공기처럼 당연한 것, 그리고 그다지 귀하지 않은 것,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여겨진다.
공기 같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까.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사회의 이목을 끌고 인기를 얻는 것도 아니다. 몰이해한 사람들은 그들이 우리에게 공기같이 필수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을 기피대상, 혹은 안티 골(Goal)로 여기기도 한다. 과거 청소노동자 중 식사할 곳이 없어서 화장실 변기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들이, 하나의 ‘신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세상의 엔트로피(무질서)에 맞서 세상을 바로잡아가는 필수적인 존재라는.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지언정,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며 쉽지 않은 자리에서 굳건히 살아가면 좋겠다.
어젯밤 첫째 아이가 동화책 한 권을 읽어달라고 했다. “똥깨비"에 관한 이야기였다. 세상엔 금을 만드는 금깨비와 보석을 만드는 보석깨비, 똥을 만드는 똥깨비가 있었다. 사람들은 금과 보석을 가져다주는 금깨비와 보석깨비를 좋아하고, 냄새나고 쓸모없는 똥깨비는 기피했다. 슬픔에 빠진 똥깨비는 사람들에게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똥깨비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똥을 누지 못하게 되었다. 거름이 사라진 밭에서는 작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먹을 게 없는 사람들에게 금깨비와 보석깨비는 금과 보석을 줄 뿐이었다.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은, 그것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무게를 드러낸다. 그들이 사라지기 전에 귀함을 깨달을 수는 없을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뭘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은 나를 위한 글이다. 육아를 하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책을 읽어주고.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누구도 환호하지 않는다. 그저 당연하게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물론 나는 당연히 이 자리를 지킬 것이긴 하다.
한 동안 글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글을 쓸 동력을 잃었었다. 왜냐하면. 내가 쓴 글들은 읽어주는 사람도 별로 없고, 좋은 반응도, 결과도 없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의욕이 사라졌었다.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을 계속하기에는...
그렇게 나는 공기 같은, 어떨 때는 똥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으로 치환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고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때로는 냄새나고 더럽게 보일지라도. 귀하다.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하다. 나는 그런 ‘신념'이 필요했다. 계속하기 위해서. 살아가기 위해서. 더 쓰기 위해서.
공기처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