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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씨 Aug 24. 2020

브런치 작가 신청 탈락이 내게 주는 의미

자만심으로 뭉쳐있는 나를 털어버리는 이완제가 되어주오


 김고명 작가의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를 읽게 되었다. 오랫동안 번역가로서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그의 삶이 녹아있는 글들이었다. 번역가라는 생소한 세계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기도 했지만, 작가의 꿈을 꾸며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좋았다. 소소하지만 쓸모 있는 팁들이 내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브런치라는 매체에 꾸준하게 글을 올리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는 꾸준히 썼고, 글을 공개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번역가이면서도 한 사람의 저자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작가의 삶에 대한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나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생각했다. 글을 쓰지 않는 내 모습이 괴로우면서도 쓴 글을 읽어줄 사람들이 없다는 것도 매우 힘들다는 것을. 페이스북에 가끔 뭔가를 끄적거리고는 있지만 읽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변에서는 더 이상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사람도 늘고 있고 내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반응 하나하나에 목말라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보이지 않으면 의욕이 쉽게 사라졌다. 그래서 브런치라는 매체는 조금 기대가 되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내 지인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에 글을 써보면 참 좋을 것 같았다.


 당장 브런치 어플을 켜서 접속했다.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을 잡으니 브런치는 아무나 글을 게재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작가로서 신청을 해서 통과가 된 사람들만이 브런치 작가로 활동이 가능했다. 이제까지 내가 브런치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나 정도면 작가 신청이 당연히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었다. 나름 신춘문예 당선자로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개서를 마음 편히 작성했다. 평범한 직장인이고 글을 쓰고 싶고, 소설을 공부하다가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했고… 소설을 쓸 예정이고 간간히 일상을 다룬 에세이도 적을 것이라고... 심사는 5일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고 합격 메일을 기다렸다. 여기까지가 어제 있던 일이다.


 오늘 회사에서 업무를 보던 중 브런치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조금은 신나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다. 현재의 나를 브런치 작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었고, 나는 쉽사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혹시 담당자가 실수로 메일을 잘 못 보냈는지 잠시 의심을 하기까지 했다. 등단도 했겠다, 예시로 올린 짧은 소설들도 자신이 있었다. 정식 단편은 아니지만 짧으면서도 재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던 결과물들이었다. 나의 어떤 점이 브런치에 올라온 많은 글들보다 못한 지 당장 전화해서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거기까지 생각하는 내가 너무 꼴사나웠다. 만약 내가 인정받을 만한 글을 썼다면 인정해줬을 것이다. 아니, 이미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내 글을 실어줄 매체 하나쯤은 이미 연결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것은, 객관적인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음 때문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받아들이자. 싫어도 그래야만 한다.


 머릿속으로 그렇게 정리를 했지만, 마음이 울적했다. 실력도 없으면서 신춘문예 당선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못나 보였다. 이미 지나간 일들은 지금에서는 의미가 없는데... 현재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가 인데...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작가 신청 탈락이 포도씨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작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브런치 작가 합격 이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음을 부여잡고 브런치 작가 신청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내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은지, 나누고 싶은지에 대하여 진심이 묻어나오길 바라며 신청서를 작성했다.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작성해봤다. 일상이 담긴 에세이, 좋은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소회 그리고 소설.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합격 메일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남...나의 글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는 포도씨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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