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자작 시-리즈
하루의 씨름을 끝내고선 집에 오는 길.
터벅이는 다리 사이로 찬 바람이 분다.
겨울은 간 듯한데, 밤공기는 여전하다.
가슴에 들어올까 옷깃을 여미고,
마음에 들어올까 고개를 젓는다.
철로 위, 고가다리를 지나다가
문득 본 철길 끝은 검어져 보이지 않고
허망해질까 두려워 집으로 향한다.
집 앞, 골목길에 들어서는데
어둠 속에 가로등이 서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 알지도 못하고,
하루도 거름 없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은 가로등 아래서 따뜻해지고
어두운 밤거리는 누군가로부터 빛이 난다.
돌아오는 길을 맞이하는 가로등이 정겹다.
매일을 수고하는 누군가가 고맙다.
이 밤, 가로등 앞에선 나도
누군가를 따숩게 맞이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