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파견
50대 남환,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며 본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음주 때문일지, 과복용한 약들 때문일지, 내과적 질환의 악화일지, 혹 다른 어떠한 이유일지. 응급의학과 측에서 해당 증상에 대해서는 내과와 신경과 협진을 걸어둔 상태였다. 정형외과적으로는 다발성 골절이 의심된다며, 응급수술 필요 가능성 확인을 위해 협진이 진행된 것이었다.
문진을 하러 응급실로 내려가니 환자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태조차 아니었고, 옆에 있던 노모는 그저 한숨만 쉬면서 앉아 있었다. 다른 가족은 없는지, 정황을 확인해 줄 누군가가 있는지 물어보니 해당 환자는 아내와 별거 중이었다고 말해주었다. 해외 어딘가에 있다고. 세세한 가정사까지 이야기를 해주려는 것 같아서, 신체진찰을 해야 한다고 하여 말을 자연스럽게 끊었다. 아들의 상황을 여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장기간동안 스스로의 몸을 깨어질 정도로 건강관리를 안 했으리라 짐작이 갔다. 마음의 병이 계속해서 환자를 괴롭혔고, 이어 환자의 행동들을 지배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오랜 시간이 지나 몸이 한계점을 넘어서 병으로 이어진 것 같다. 마음의 아픔들이 몸의 아픔이 되어 도움을 청하는 외침이 된 것 마냥.
몇 군데의 골절 소견이 보였지만, 당장 응급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곳은 없어서 일단 내과에서 입원 치료를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생과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일단 의식이 회복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전인격적, 전신체적으로 환자의 모든 불편함과 아픔을 돌아봐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가르친다. 언젠간 내 이름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생긴다면,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봐줄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마음이 과연 생길지.
응급실로 오는 환자들 이야기는 언제나 정신없고 처절하고 안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