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1 - 03.02

외과 파견

by 그라스데오

3월 1일은 당직이 아니었기에 공식적으로 첫 출근은 3월 2일 화요일부터였다. 가정의학과가 무얼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뛰어 들어왔다는 생각이 점차 들기 시작했고, 후회로 번질 것만 같았다. 이게 정말 맞는 결정이었는지. 근무 부담이 덜한 외과 파견이라서 생각할 시간이 많은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그랬던 건지, 무슨 생각이었는지, 잘하고 있는 건지.


외과 특성상 분과가 많고 해당 교수님들도 많이 계셨다. 대장항문외과, 갑상선내분비외과, 유방외과, 간담췌외과, 이식외과, 위장관외과 등. 두루 배워야 한다며 특정 분과 환자를 보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자유롭게 원하는 교수님 회진을 따라다니며 배울 것을 인계받았다. 다양하게 배울 기회였지만, 사실상 학생처럼 회진을 따라다니기만 하고는 종일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잡생각 할 시간만 가득했던 모양이다.


응급실에 오는 환자가 아닌 이상 특별히 요구되는 업무는 없었기에 병원 구석구석을 다녀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2년밖에 되지 않은 병원이어서 굉장히 넓고 깔끔했고, 확실히 좋은 환경에서 수련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먼저 수련을 마친 선배님들의 온갖 사건 사고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인지 이곳에서 내가 좋은 의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많이 된다.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냥 던져진 기분만 가득하다. 근무 첫날부터 외과와 통합당직으로 정형외과 환자들까지 당직근무를 서게 된다. 일단은 오늘 밤을 잘 견뎌내길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가정의학과 전공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