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파견
목에 가벼운 보호대를 하루 종일 착용하고 있으니 어제 짧은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을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이 정말 여리고 연약하다는 생각. 의사로서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병을 낫게 하는 능력은 하나도 없었다. 직접적인 치료를 수술로 진행하는 외과의로서의 자부심은 당연히 있겠지만, 그 이후 몸이 회복하는 것 역시도 결국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결국 몸이 스스로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도뿐. 게다가 아무리 의학을 잘 안다고 해도, 무슨 일이 생기면 스스로 무엇 하나 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괜한 두려움도 엄습해 왔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들이 몇 겹씩 있지만, 결국 그 모든 방패들이 사라질 날이 오게 될 거라는 사실.
정말 뜬금없지만, 이렇게 아프게 되고 나니 결혼이 절실하게 해야 하는 일이라고 느껴졌다. 죽음의 문턱에서는 물론 혼자 넘어가게 되겠지만, 그전에 펼쳐지는 삶이라는 곳에서는 결코 혼자인 것이 좋지 않게 느껴졌다. 내가 늙어 점차 기력이 쇄할 때 내 자식들이 잘 챙겨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덩달아 부모님을 잘 모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내 안에 두려움과 걱정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일을 맡지 않다거나, 껄끄러운 관계가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관계를 적당히만 유지하는 모습도. 상처받을까 두려워서 관계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던 모습들. 결국엔 그 모든 것들이 아쉬움과 후회로 남게 된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다르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