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 중에 외국인 청년 두 명이 있었다. 스무 살 안팎, 동남아 어느 나라에서 왔을 것이다. 올 때마다 1,750원짜리 필라이트 맥주 두 캔을 샀고, 가끔 담배도 함께 집어 들었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건 아니지만 정황상 그 친구들은 거의 매일 들렀던 것 같다.
우리말도 곧잘 했다. "안녕하세요~", "담배 주세요~", "감사합니다~" 인사도 깍듯했다. 외국인이라고 어색하게 굴거나 눈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계산을 마치면 꼭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꾸벅했다.
비 오는 날이었다. 문 앞에서 누가 손짓을 하길래 내다봤더니 그 친구들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신발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들어오다 멈춘 것이었다. 매장 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면 미안하다고 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아예 들어올 수가 없을 정도였나 보다. 내가 먼저 필라이트 두 캔을 들고나가 건네고 돈을 받았다. 돌아서면서도 잊지 않고
"미안해요~, 감사합니다~"
하고 갔다.
별것 아닌 일인데 한참을 생각하게 됐다. 바닥에 흙 묻히는 게 뭐 대수냐 싶기도 하고 그걸 그냥 지나치지 않은 마음이 괜히 짠하기도 했다. 남의 나라에 와서 이름도 모르는 편의점 아줌마한테까지 그렇게 조심스러운 거다.
겨울로 접어들면서부터 발길이 뜸해졌다. 처음엔 너무 추워서 외출을 줄이나 보다 했다. 해가 바뀌고 나니 아예 보이지 않는다. 근처 공장에서 일하는 것 같았는데 계절을 타는 곳이었나 보다. 일이 끊겨 다른 곳으로 옮겨 갔는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갔는지 알 수가 없다.
가끔 공장 윗사람이 간식을 사주러 오는 걸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 말썽 없이 성실하게 일한 것 같긴 한데 어디 갔을까? 다른 공장에서 또 묵묵히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가족 얼굴을 보고 있을까?
필라이트 캔 코너를 지날 때면 가끔 그 친구들 생각이 난다. 어디에 있든 이 겨울을 별일 없이 잘 나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