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동궁, 미래의 공간
동궁 일원은 집요하게 파괴된 공간이다. 세자는 조선의 미래, 그가 머무는 곳은 해가 뜨는 동쪽이다. 일본은 조선의 미래를 파괴하는 일에 집요했다.
빈 터마다 사연이 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기록은 남았다. 교육 기관 시강원이 있던 남쪽 춘방터, 경호 담당 관청이 있었다는 계방터. 상상만 해본다.
어떤 구석엔 기단석만 있다. 자선당 주춧돌이다. 오쿠라는 세자 취침 공간인 자선당을 배로 실어 일본으로 옮겼다. 개인 미술관으로 썼다. 관동 대지진때 불탔다. 기단만 남았다. 김정동 교수가 이를 찾아 한국으로 들여왔다. 주춧돌은 자선당 재건에는 못 쓰였다. 불을 먹어서다.
지금 동궁에는 자선당과 비현각만 있다. 모두 99년에 복원됐다. 내후년엔 ‘작은 근정전’이라 불리는 계조당이 복원된다. 파괴와 복원, 언제나 복원이 이기는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