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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Jul 13. 2020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방법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7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넷플릭스


 최근 8세 여아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 당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2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했다감형한 사유는 피해자의 일관성 없는 진술이었다피해자를 진료한 산부인과 의사가 성관계로 인한 파열이라는 소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막연하고 성폭행 여부를 따지는 핵심적인 부분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과연 어린 피해자의 다소 일관성 없는 진술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까만일 이 혐의에 대해 의붓아버지가 선처를 바란게 아니라 무죄를 주장했다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이와 비슷한 사건에 휘말린 어린 소녀의 진술 그리고 이에 대한 경찰의 판단을 그려낸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시놉시스     

 워싱턴 주 린우드 동네에 위탁가정에서 자란 ‘마리’는 마트에서 일하면서 이제 막 혼자살기를 시작한 18살 소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던 마리에게 낯선남자가 들어와 마리를 수차례 강간하고 그녀의 신분증을 찍곤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다음날 마리는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고 여러 경찰들과 형사들에게 진술하게 된다. 반복되는 질문과 진술에 힘들었던 마리는 일관성 있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생각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 이에 주변 사람들이나 경찰이 마리가 진짜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마리의 위탁부모들도 평소 관심받기를 좋아하던 마리의 성격을 경찰에게 전달하자 곧 경찰은 이 사건을 마리의 진술을 거짓으로 간주하여 허위신고 혐의로 기소한다. 법정에서 변호사를 고용해 싸울 힘이 없었던 마리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받아 주변 친구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게 된다. 한편 콜로라도 주 ‘듀발’ 형사는 한 여대생이 가택 침입으로 인한 성폭행 사건을 맡게 되면서 이 사건을 연쇄성폭행 사건으로 간주하고 같은 주 ‘라스무센’ 형사와 협력하여 용의자를 찾기 위해 수년간 미제로 남아 있었던 여성 성폭행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다니게 된다. 


 미국 워싱턴 및 콜로라도 주에서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을 다룬 기자들의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을 드라마로 재구현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바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이 드라마는 성폭행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었던 끔직한 사건과 이를 둘러싼 경찰주변인들의 행동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선택과 결정에 단숨에 주목하게 되는 흡입력 있는 드라마다.       


 2008년에 실제로 일어난 연쇄 강간 사건은 드라마 속 주인공 마리에게 피해자다운 면모를 요구하며 그녀의 다소 침착함과 의연함에 의구심을 품으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마리는 경찰 앞에서 자신이 당한 일에 벌벌 떨지도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지도 않고 그저 어제 본 티비 프로그램을 이야기 하듯 침착한 태도를 보인다용의자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리의 진술이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자 경찰들은 점점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던 마리는 허위신고를 인정하고 동네를 떠나지도 못한 채 사람들의 눈초리에서 속에서 살게 된다    

 


피해자가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진실

 우리가 보통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품게 되는 마음이 과연 저 말이 사실일까?’이다이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그런데 위와 같은 끔찍한 사건에서 전적으로 신뢰해야하는 것 또한 진술이다피해자들의 말이 범인을 찾는 길이고 유일한 방향이기 때문이다     


 콜로라도 주에 여형사들은 비슷한 성폭행 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아닌 범인에게 의문을 제시한다한 명이 저지른 것 같은 동일한 패턴과 증거인멸 방법들을 수사하면서 피해자들의 조치와 결정에 대해 안심시켜 준다그들은 피해자들의 말을 믿으면서 시작하고 그러면서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성폭행 사건들을 다시 조명한다등장하는 두 여형사들은 매사에 침착하다그녀들이 성폭력 피해자를 대면할 때도서로가 업무적으로 갈등이 생길 때도 이성으로 판단한다이런 그녀들이 감정을 최고조를 이끌었을 때는 그들이 이 세상이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다여성 강간율이 남성보다 높다는 이유로그러니까 여성에 대한 폭력이 좀 더 일반적이라는 이유로 그들의 자료를 잘 검토하지 않으면서 대상없는 분노를 표출한다그녀의 말대로 이러한 현상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그런데 왜 여성이 밤늦게 다니면서 공포에 떨어야하는지에 대해 아무도 분노하지 않는가가 문제인 것이다왜 특정한 사람들만 이 문제에 분노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도나 강도 피해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하지 않으면서 유독 성범죄 피해자에게만 거짓말을 의심하는 것은 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방식이다여성에 대한 폭력이 더 높은 것을 알지만 여성 피해자들의 말을 쉽게 믿어주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그러니까 험악한 세상인걸 알지만 어떻게 험악한지는 무시해버리는 셈이다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그냥 그렇다고 믿는 것뿐이다뭔가 어긋난 것 같고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믿어야 한다그렇기에 이 사건들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다마리가 경찰들에게 보여준 것은 피해자답지 않은 면모가 아니라 그녀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범인을 향한 침착한 분노였으며그녀 스스로 누구 앞에서 울면서 호소하지 않아도 자신의 상태와 진실을 전할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굉장히 사실적이기에 불쾌할 수도 있고화가 치밀어 오를 수도 있다왜 세상의 절반만 공포에 떨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정작 화가 아닌 슬픔에 빠질 수도 있다하지만 이런 드라마가 시청자의 생각을 바꿀 수 있고 세상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릴 수 있다언젠가 이런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면 분노해야만 하고 그 분노를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한 목소리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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