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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Sep 11. 2020

괜찮지 않았던 우리의 그 시절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9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아임 낫 오케이 (I am not okay with this)」넷플릭스 시즌 1


한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기는 언제일까. 누구를 만났는지 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복합적인 감정을 가졌을 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갈 때,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성숙하지 못한 시절에 한꺼번에 일어날 때인 청소년기부터 사회적으로 안정을 찾기 전까지가 가장 인상적일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화가 나고 웃고 떠들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그 때만큼 감정에 충실할 때가 있었나 되물어보게 된다. 이 시절의 우리는 괜찮은 적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소용돌이치는 기분과 이런 마음 몰라주는 어른들, 내 곁에 맴도는 친구들 모두가 그 시절 우리가 괜찮지 않을 이유가 된다. 그 때는 조금 괜찮지 않는 게 어떻게 보면 지극히 정상일수도 있다. 

시놉시스

 흔히 아웃사이더라고 불리는 집단에 속해있는 시드는 17살 소녀이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학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에 시드는 다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얼마 전 집 지하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빠와 그를 대신해 슬퍼할 새도 없이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엄마, 그리고 아직 돌봄이 필요한 어린 동생까지, 시드는 지금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뿐인 친구 디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긴다. 디나의 남자친구 브래드는 학교에서 잘나가는 남자애로 많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상당해서인지 시드는 브래드가 디나와 사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자친구 때문에 바빠진 디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어지자 시드는 동네 친구 스탠리와 말을 섞게 된다. 이상한 옷차림에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을 종종 보여준 스탠리는 무심한 시드를 마음에 들어 하고 시드에게 다가간다. 가족과 친구들 관계에 큰 변화가 생긴 시드는 종종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마다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걸 목격하게 된다. 자신에게 초능력이 있고 이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시드는 이 모든 현상의 시작을 파헤치기 위해 아빠가 죽은 지하실로 내려간다.      


하이틴 고어 스릴러 입문작

지난 8월에 소개한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 제작진과 영국의 하이틴 스릴러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감독의 합작인 <아임 낫 오케이>는 20분의 짧은 에피소드 7개로 이루어진 드라마로 지금까지 언급한 드라마 중 가장 짧은 분량을 자랑한다. 총 2시간의 짧은 러닝타임을 통해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 소피아 릴리스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서 보여준 특유의 고어 감성을 영국이 아닌 미국 배경으로 보여줘 약간의 진입장벽을 낮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알 수 없는 질풍노도     

 <아임 낫 오케이>의 감독의 전 작품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원제목은 ‘The End of the F***king World’ 로 직역하자면 ‘망할 세상의 끝에서’이다. 때문에 이 작품은 궁지로 몰린 두 아이들이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내용으로 아주 특이한 케이스의 놓여 진 두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 된다. 반면 <아임 낫 오케이>는 다소 평범한 인물들과 관계로 보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설정을 주었는데 그게 바로 시드의 초능력이다. 설명할 수도 없고 조절할 수도 없는 초능력이 17살의 시드가 가진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데, 이는 수많은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소용돌이치는 감정으로도 대치된다.      


 시드는 엄마가 늘 하던 잔소리에 갑자기 신경질이 나기도 하고, 디나의 남자친구가 된 브래드가 내뱉는 말들이 짜증나고, 관심을 보이며 주위를 맴도는 괴짜에게서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때마다 시드는 자기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순간의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시드가 엄마나 브래드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내면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이 대화나 다른 활동이 아닌 바로 초능력이 된 것이다. 시드는 아빠가 떠나고 나서부터 이런 현상이 일어났고, 아빠와 친하게 지냈던 과거의 모습을 통해 아빠의 부재로 인해서 자신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는 걸 점점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성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고 집안의 가난이 점점 여러 사회와 멀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자신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온다.      


 결국 시드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한꺼번에 밀려온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며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상담을 통해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갑자기 아빠가 떠난 이유를 밝혀내려고 하고, 자신이 가진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직면하려고 한다. 그렇게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면서 끝끝내 도착한 학교 댄스파티에서 도저히 참고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시드는 다시 한 번 폭발하고 만다.       


 사실 이 드라마의 시즌 1은 시드와 그의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계속 모호하고 알 수 없는 일들만이 반복되는데 이는 시즌 2에서 더 깊게 다뤄지고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호함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우리의 어린 시절이 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주로 만날 수 있는 어른들은 부모, 선생님들이 보통이고 이들은 미성숙한 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솟구치는 감정을 지나갈 한 때의 방황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네 상태가 어떤지 들여다봐’,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서 어르고 달랜다. 하지만 개인의 내면에는 누군가에게 털어 놓는다고, 자신 스스로를 돌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 여서 우리는 점점 청소년들을 ‘그때는 다 그래.’라는 말로 위로하기 시작한 것 같다. 청소년들은 괜찮지 않다. 이들은 지금 당장 대학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로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을 수가 없다. 이들은 각자의 세상에서 여러 가지 일들과 싸우느라 스스로들 돌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싸우는 모든 일들이 스스로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일 수도 있다. 우리는 매순간 자신의 모든 것과의 충돌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보다 성숙한 아이로 자라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기보다는 치열하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은지 등을 관찰하면서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충분히 싸우고 난 뒤 지나온 길을 되돌아봤을 때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랬었어.’라고 웃으며 말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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