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8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기묘한 이야기」넷플릭스 시즌1~3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한국의 80~90년대 청춘을 보낸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그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며 큰 화재를 낳았었다. 동시에 new(새로운)와 retro(복고주의)를 합친 합성어 newtro(뉴트로)가 등장하면서 8090 시대를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들도 80년대에 향수를 느끼는 기이한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때 그 시절 유행하던 옷차림과 감성에 더 젖어들 수 있는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이야기해보자.
1983년 인디애나 주 호킨스 마을에 살고 있는 마이클, 윌, 더스틴, 루카스는 학교 과학 서클 친구들로 종종 서로의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며 지낸다. 어느 날 마이클의 집에 모여 게임을 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윌은 수상한 물체를 만나게 되고 그 이후 돌연 실종된다. 윌을 찾기 위해 세 명의 친구들과 호킨스의 경찰서장 짐이 수사를 진행하던 도중 윌이 사라진 숲 속에서 머리를 민 여자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도 없는 소녀에 팔 엔 011이라는 숫자만 적혀있을 뿐, 말도 잘하지 못해 신경이 쓰인 마이클은 자신의 집 지하실에 소녀를 숨겨준다. 초능력을 가진 이 소녀에게 일레븐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세 명의 친구들은 일레븐에게 윌의 사진을 보여주자 소녀는 그를 안다고 대답한다. 짐이 호킨스를 수사하다 수상해 보이는 건물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알고보니 그 건물은 러시아와의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부가 비밀리에 운영하는 에너지국으로 초능력을 가진 여러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장소임을 알게 되고 일레븐 또한 그 에너지국 출신인 것이 밝혀진다. 윌의 행방이 현실이 아닌 ‘뒤집힌 세계’에 있음을 직감한 일레븐은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뒤집힌 세계로 가는 문을 열고 윌을 살려내기 위해 세 명의 친구들과 힘을 합치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중 모든 시즌이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기묘한 이야기>는 줄거리나 예고편만 보고 괴물이 등장하기 때문에 ‘애들이나 보는 유치한 고어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시즌1을 시작하면 이번 연도 하반기에 나올 시즌4를 애타게 기다릴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유치하지 않은 여러 가지 요소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1980년대는 다른 차원, 정부의 비밀 실험, 초능력 등 여러 가지 미스터리 소재를 바탕으로 한 여러 영화가 유행했었고 <기묘한 이야기> 또한 호킨스라는 가상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기이한 형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21세기에 80년대 스타일의 콘텐츠를 재탄생시키면서 그때 그 시절에 대한 향수와 젊은 세대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에 대한 신선한 충격, 그리고 고어물에 대한 독특한 접근을 여러 가지 캐릭터와 설정으로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특히 8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로 정부에서 비밀리에 연구하는 기관이나 초능력에 대한 여러 소재가 실제로 유행했었고 <기묘한 이야기>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븐 킹의 소설 <그것>이 1986에 발행되어 2주 만에 밀리언셀러가 된 것을 보면 그 당시 미스터리에 대한 상당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또 시공간을 여행하는 <백 투 더 퓨처>가 1980년대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러한 SF 장르는 80년대 미국의 아이콘이 되었다.
시대적 배경, 그리고 등장하는 4명의 어린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여러 가지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하고 오마주한 장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비밀 연구기관에서 도망친 일레븐을 마이클과 친구들이 발견하는 장면은 1982년 <E.T.>에서 이티가 정체를 들키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형제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1985년 작 <구니스>에서 따온 것이다. 4명의 친구들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설정과 많은 장면들 또한 1986년작 <스탠 바이 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시대의 패션 또한 좋은 볼거리가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생활수준과 소득이 전보다 향상되어 여가를 중시하는 생활양식이 발달된다. 이에 따라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그리고 이에 맞는 액세서리를 소비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스포츠 웨어가 일상복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빈티지 데님과 화려한 그래픽이 있는 상의를 매치하면서 요즘에 인기 있는 뉴트로 감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사실 이미 디지털과 인터넷이 보편적인 지금 세대에 이러한 미스터리 작품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어디서든 전화나 검색이 가능하고 위치추적도 쉽게 할 수 있다 보니 조금만 기술적으로 허술하다 싶으면 관객들이 쉽게 답답함을 느낀다. 반면 <기묘한 이야기>는 알 수 없는 생명체의 등장,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 등 여러 가지 초자연적인 설정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아날로그 장치를 사용한다. 실제로 제작진들은 아이들이 팀을 나누어 문제를 해결할 때 소통하는 방식을 무전이라는 장치를 사용해서 이따금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기도 하고 이 친구들이 과학 서클 멤버인 점을 활용해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이면 전화 한 통, 인터넷 접속 한 번으로 해결되는 사소한 문제들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순수하고도 재치 있게 표현해낸다.
정체불명의 괴물로부터 호킨스 마을을 구해야 하는 아이들의 모험이 큰 주제라면 이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을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제작자인 더 퍼 형제가 어린 시절 남들보다 사회성이 조금 떨어져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이에 대한 고민이 사회 소수자들을 다독여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던 비하인드로 설명이 가능하다.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일레븐이 네 명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친구가 되는 과정, 그리고 혼자인 사람들이 다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면서 각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들로 이야기를 따뜻하게 채운다. 비디오 게임이나 스마트폰 없이도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SF와 미스터리한 주제와 함께 추억하는 <기묘한 이야기>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선물이, 8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는 즐거웠던 기억이 될 수 있는 작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