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10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굿 걸스(Good Girls)」 시즌3 넷플릭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남편으로 지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며 이들을 항상 바른 길로 가도록 안내해야하고, 남편과 함께 가정을 꾸려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가족 내에서 ‘주부’라는 직업을 선택한다면 밖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더 막중한 책임을 가지게 된다. 여기 ‘주부’이자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온 이들이 자신들의 가정이 위험에 빠지자 나쁜 짓을 꾸미기로 결심하는 여자들이 있다.
디트로이트 마을에서 4명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쁜 베스는 중고차 매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살고 있다. 어느 날 대출금을 갚으라는 독촉우편과 함께 직장동료와 남편이 바람피우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집도, 가정도 흔들리던 베스는 마트를 털기로 한다. 베스의 친여동생 애니는 이혼한 남편과 양육권 문제로, 그리고 어리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친자매처럼 지내온 루비는 딸의 심장병 의료비 때문에 함께 돈을 훔치기로 결심하고 애니가 일하는 대형마트를 털기 위해 작업에 들어간다. 마트 내 직원과 매니저 수 그리고 사람이 가장 없는 시간에 무장으로 하고 간신히 마트 금고를 털게 된다. 하지만 초짜 강도였던 이들은 마트 매니저에게 정체를 들키고 매니저는 애니의 집을 찾아가 협박을 시작한다. 게다가 이 3명의 엄마가 턴 가게가 디트로이트 유명 갱단이 창고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되고 갱단의 두목인 리오는 베스를 찾아가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그저 자신들의 안정을 위해 조금의 불법을 저질렀을 뿐인데 원하지 않은 큰일에 휘몰리게 된다. 주인공들을 쥐락펴락하는 갱단과 이들이 한 짓을 알고 있는 매니저, 그리고 이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FBI까지, 베스와 애니 그리고 루비는 점점 엄마라는 자신들의 타이틀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이제야 비로소 ‘가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가족의 형태는 바로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모습이다. 굿 걸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모습도 비슷하다. 중고차 매장 대표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베스는 4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챙기는 것도 벅차다. 고등학생때 임신을 해 20대 초반에 이혼을 한 애니는 혼자서 딸을 키우면서 산다. 루비는 경찰이 되고 싶은 남편 스탠과 딸, 그리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산다. 애니를 제외하면 두 가정 모두 정형화된 가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베스의 남편 딘은 육아에 지친 아내와의 부부관계가 소홀해지자 매장 직원과 바람을 폈고, 애니는 넉넉하지 않은 집안사정으로 양육권을 빼앗길 상황에 놓여진다. 루비는 심장병을 가진 딸의 이식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화가 날대로 난 이 세 명의 여자는 아무도 가장의 노릇을 하지 않으니 직접 나서기로 한다. 그저 집 대출금, 양육비, 수술비를 위한 강도짓이었지만 갱단과 일이 꼬이면서 점점 더 큰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여기 나오는 주인공들은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고 누구를 해칠 마음도 전혀 없었기에 장난감 총을 들고 마트를 턴다. 마트를 터는 와중에도 사람들이 너무 놀랄까봐 겁에 질린 아이에게 귀엽다고 칭찬을 하고 마트를 털고서도 생각보다 많은 돈에 도리어 당황한다. 그들에게 필요한건 사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돈이 아니라 가정을 지키기 위한 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의도가 어떻게 되던 불법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할 이들은 이 상황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당연히 이 셋을 응원하게 된다. 이 3명의 여자를 위협하는 매니저, 갱단, FBI는 모두 남자로 등장한다. 매니저는 평소 애니의 불친절한 태도 마음에 안 들면서도 ‘젊은’ 엄마라는 것에 끌렸고, 이들이 마트를 턴 걸 알게 되자 애니네 집에 찾아가 경찰에 신고안하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한다. 갱단의 두목 리오는 이 셋에게 가족과 주변사람들을 인질로 잡아 자신들의 돈을 세탁하는 중죄를 저지르게 만든다. FBI는 심증이 있지만 물증이 없어서 점점 선을 넘는 방법들로 이들을 감시하기 시작한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그리고 더 큰 범죄를 어쩔 수 없이 저지르게 되는 것도 물론 용서받지 못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왜 이들이 이런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냐는 이다. 주인공들은 갱단의 협박으로 인해 위조지폐를 만들고 돈세탁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일손이 모자라자 동네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부업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 일에 가담한 엄마들은 간단한 설문조사로 알고 일을 했지만 사실 위조지폐로 물건을 산 후 진짜 돈으로 환불을 받는 돈세탁이었다. 회원 중 한명이었던 ‘메리’는 물건을 사지 않고 위조지폐를 그대로 돌려주며 거짓말을 했고 이를 발견한 베스와 친구들은 메리를 찾아간다.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남편에게 나오는 수당금으로 먹고 살았던 그녀는 남편이 사고로 죽고 난 후 육아와 일을 힘들게 병행해오던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들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살기위한 최후의 수단이었고 이 일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 드라마는 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불법행위에 중독이 되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스토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엄마들은 다르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때 마트를 털지 말았어야 했어’라며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고 스스로를 원망한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엄마가 될 때마다 괴로워하고 어떻게든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하지만 갱단은 이들을 쉽게 나주지 않고 계속해서 ‘엄마들은 이런 범죄용의자가 쉽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다. 절망스럽지만 언제나 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였다. 이들의 선택보다 이들이 왜 이런 선택들을 할 수 없었나를 주목한다면 이 드라마는 그저 유쾌한 엄마들의 반란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