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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Dec 17. 2020

국가안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정당한가? <보디가드>

넷플릭스, BBC「보디가드 (Body Guard)

 방송당시 영국 드라마 시청자 수 집계 최고치인 17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시청자 수를 기록한 영국 드라마 <보디가드> 2018년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총 6회의 에피소드를 가진 짧은 드라마가 가진 어마어마한 흡입력과 실제를 방불케 하는 여러 가지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유럽이 ‘테러’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그리고 이 커다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시놉시스

 퇴역 군인 ‘데이비드’는 10년 동안 있었던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런던 경찰청 소속 특수 경호대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로 돌아온 일상에서 갈등이 생긴 그는 아내와 별거를 시작하고 아내의 집과 자신의 집을 오가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아내의 집으로 가던 어느 날 한 승객과 역무원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포착한 데이비드는 자신이 경찰임을 밝히고 상황에 뛰어든다. 그는 기차 내 화장실에서 온몸에 폭탄을 장착한 이슬람 여성을 발견하게 되고 기차승객들과 아이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킨다. 폭탄제거반과 경찰이 사건현장에 도착하고 테러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슬람여성을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를 지켜본 데이비드는 또 다른 희생양이 될 이 여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붙여 경찰이 총을 쏘지 못하도록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데이비드는 이슬람 여성과 수많은 승객들을 구하게 되고 곧이어 내무부장관의 경호직으로 승진하게 된다. 내무부장관인 ‘몬테규’는 대테러 정책을 주장하며 민간사찰의 범위를 늘려야한다는 주장으로 많은 기관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또한 데이비드를 전쟁으로 내몬 인물이기도 한 내무부장관을 경호하게 된 데이비드는 자신의 일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 마찰을 일으키게 되고 내무부장관을 둘러싼 여러 가지 암살계획에 의도치 않게 휘말리게 된다.


충돌하는 가치와 테러에 직면한 유럽의 고민

이 드라마에서 메인캐릭터로 활약하는 인물은 데이비드로 그를 둘러싼 여러 정치인들, 테러범들이 등장하면서 계속해서 그를 압박하고 조사하며 의심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무부장관이 주장하는 대테러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민간인의 이메일, 전화 등 여러 가지 통신수단을 국가에서 일정부분 감시하고 검열하여 테러 및 여러 사건들을 예방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 정책을 주장하는 몬테규는 정부의 내부와 외부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여러 집단들에게 암살시도 공격을 받게 된다. 반면 몬테규를 경호해야하는 데이비드는 자신을 전쟁으로 내몬 그녀에게 엄청난 반감을 느끼지만 그녀의 안전이 그에게 최우선이여야 하기에 온힘을 다해 몬테규를 지킨다.



국가 안보를 위한 개인의 희생

드라마가 중반부로 접어들면서부터 데이비드가 여러 가지 암살시도의 주범이 아닐까 하는 경찰의 의심을 받기 시작하고 ‘개인의 자유’와 ‘국가안보를 위한 정부의 권리강화’라는 두 가지의 의견의 골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한다. 내무부장관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압박에 시달리게 되는 몬테규는 영국 총리와의 비공식적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강연장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까지 겪게 된다. 몬테규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건 영국의 안전이었지만 영국이라는 곳에 속해있는 개인, 그러니까 자신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희생되는 또 하나의 ‘개인의 자유’가 바로 데이비드라고 할 수 있다. 데이비드는 원하지 않은 지역으로 나가 1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면서 수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보았지만, 그가 아프가니스탄으로 가야했던 이유는 국가를 위한 일이었기에 거부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전쟁에서 런던으로 돌아올 때 신고 되지 않은 권총을 하나 들고 오는데, 이 총을 그가 더 이상 개인의 자유, 그러니까 자유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사용하기 위해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



묵직한 주제의식에 재미까지, 완성도 높은 수작

몬테규와 데이비드가 물리적으로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데, 이 둘은 점점 자신의 선택한 결과에 대한 회의와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물로서의 입장을 말로는 꺼내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공유하게 된다. 몬테규는 영국을 위해 내린 선택이 자신의 최측근의 커다란 아픔이 된 것을 목격하게 되고, 데이비드는 자신의 모습이 영국의 정책을 만들고 주장하는 내무부장관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이 드라마는 개인과 정부, 소수와 집단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어느 누구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데이비드와 몬테규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넷플릭스에 예고편이 올라왔을 때는 경호원과 내무부장관의 은밀하고 아슬아슬한 관계에 대한 멜로 스토리로 짐작한 여러 시청자들은 본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러 가지 반전은 물론 유럽 및 영국정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까지 이 드라마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연기를 펼쳐준다.


테러, 범죄, 정치,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에 의해 영향을 받은 개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희열감을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 특히 유럽인들이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테러’라는 사회적 이슈를 큰 주제로 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영국드라마 특유의 냉철하고 어두운 분위기부터 스릴감 넘치는 장면과 매회 신뢰할 수 있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인물을 구분해내는 재미까지 가지고 있는 시리즈다. 시즌 2의 기약은 아직 공식적인 이야기는 없지만 아마 시즌 2가 시즌 1의 느낌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될 만큼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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