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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요원 Dec 02. 2020

나를 파멸시키는 아군<마더>

<마더> 2009. 봉준호 감독 작품

<마더> 2009. 봉준호 감독 김혜자 원빈 진구


부모와의 관계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부와 모 중 '모'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이 조금 더 많다. <케빈에 대하여>, <아이 킬드 마이 마더>등. 물론 개인마다 국가마다 문화마다 조금씩을 다르겠지만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난 우리는 엄마와의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흔히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는 이유로 좀 더 집착하게 되기도 하고, 이루지 못했던 꿈을 대신해주길 바라기도 하고, 다른 이가 품어주지 않으니 엄마가 된 나라도 품어야지 하는 측은지심과 사랑 그 어디쯔음에 있는 이들도 있다.


 엄마의 역할을 잘하는 엄마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엄마의 역할에는 정답이 없다. 엄마가 되는 것은 자식의 부모가 되는 것 이상의 무언가 일 것이다.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선 복잡 미묘한 감정들로 자식을 증오할 수도,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해야 할 수도, 사랑하지만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엄마가, 특히 자식을 끔찍하게 아끼는 한 여자가 그 자식을 위해 저지를 수 있는 모습들을 참 마음 아프고 슬프게 보여준다. 이름 한번 거론되지 않고 도준의 엄마로만 나오는 그녀는 자신의 온전한 삶을 뒤로한 채 도준을 향해서만 나아간다. 그녀의 일방적이고 무분별적인 사랑은 결국 아들 도준을 파멸로 이끈다. 그녀가 그렇게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존재 역시 도준은 엄마로부터 만들어진 또 다른 그녀의 모습인 것이다. 이 영화가 단순히 엄마의 부도덕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만든 테두리 안에서만 착하게만 컸다고 착각했던 아들과 그 테두리를 애초부터 제대로 만들지 못한 엄마의 애처로운 눈빛. 다 큰 청년이 혹여 작은 상처라도 생길까 걱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다 자신의 손을 썰어버린 그녀가 만들 수 있는 테두리는 딱 거기까지 였을 거다. 자신의 살과 뼈로 만든 안전한 그곳에서만 있다면 자신의 잘못도, 자신이 만든 아들도 모두 괜찮을 거라 여겼던 그의 망상이었을 뿐이데.



배우 김혜자가 아니었으면 그 아들을 잃을까 하는 두려움과 아들에 대한 두려움의 눈빛을 누가 표현했을까. 그가 보여준 연기는 이 세상에 크고 작은 책임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가운 거울을 보여주거나 마찬가지다. 물론 자식이 부모의 전적인 책임이라는 말은 아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 한 그렇다. 그러니 섣부른 실망보다 우선 우리가 무엇이 되었는지를 돌아보고 생각하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부모가 되었다고 해서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저절로 생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그 사랑이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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