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소재로 정의로운 경찰과 형사와 부정부패한 검찰의 대립이 있는데 이번 김주환 감독의 <청년경찰>은 패기 넘치는 경찰대 학생들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강하늘의 귀여운 연기와 점점 스크린 연기에 도약하는 박서준의 패기가 합쳐져 에너지를 마구 발산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경찰의 직업윤리를 보여주기 위해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많은 웃음 소재들을 배치했고 웃음과 감동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 시도를 한 작품이다.
학비가 전액 무료라서,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곳에 가고 싶어서 경찰대에 입학한 기준(박서준), 희열(강하늘)은 우연한 계기로 동기 그 이상의 친구관계가 된다.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함께 외박을 한 둘은 강남의 한 클럽에 갔다가 군인 취급, 짭새 취급을 받고 피시방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러다 한 소녀의 납치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무작정 뒤를 밟다가 경찰에 신고하기로 한다. 경찰서에 도착해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총장의 지시가 먼저라면 기다리라는 말에 기준과 희열은 직접 소녀를 구하기 위해 조선족들이 모여사는 동네까지 가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상습적으로 가출 소녀들을 납치해 난소를 적출하고 마지막에는 장기를 매매하는 범죄조직임을 알아낸 이 둘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자 직접 범죄자들을 검거하기 위해 나선다.
아마 이 영화의 포인트는 목표 없이 경찰대에 진학한 두 학생이 시민들을 먼저 위하는 진정한 경찰로서 성장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유머를 담았다. 결론적으로 두 마리의 토끼는 잡지 못했다. 시종일관 서로에게 가벼운 욕을 내뱉는 기준과 희열의 모습이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을 장난처럼 만들었다. 웃음에서 진지함으로 넘어가는 순간도 너무 연결점이 허술했다. 클럽에 가서 여자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말을 걸다가 '경찰은 돈도 못 버는데 왜 해?'라는 말이 돌아왔을 때 기준의 목표가(아직 없었지만) 여자도 돈도 아니었으면서 경찰에 대한 회의감을 가진다는 게 어느 점에서 청춘의 고민이라며 등을 토닥여야 할지 난감했다.
가장 모순된 점은 가까스로 조선족들의 작업실에서 탈출한 기준과 희열이 근처 파출소로 들어가 신고를 하면서 나타난다. 온몸에 멍이 들고 피를 흘리는 두 청년들의 자초지종에도 절차가 중요하다며 신분증을 요구한다. 여기까지는 뭐 늘 이야기되던 목적과 수단의 도치이니까 하며 넘겼는데 문제는 다음에 일어난다. 경찰대 교수(성동일)가 와서는 한껏 프로파일링을 하더니 또다시 기다리라는 결론을 내린다. 강남 경찰서가 바쁘다며. 뭐 영화 설정상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뒷부분과 일관성이 없다. 이미 강남 경찰서는 총장의 지시와 다른 여러 가지 업무로 그 사건에 착수하려면 3주 정도 걸린다고 말하는데 여기는 공권력에 인맥이 작용하는 약간의 부조리를 목격할 수 있다. 이에 맞서는 기준과 희열이 열심히 몸을 만들고 훈련을 하는 동안 차량번호를 조회하기 위해 선배에게 연락을 취하고 아는 사람의 뺑소니 사건으로 위장해 도움을 청한다. 역시 여기서도 인맥이 작용한다. 대학 후배니까, 총장님 지시니까 가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런 맥락의 이야기는 이 영화의 일관성을 파괴시켰다.
실제 상황보다 절차가 우선시되는 경찰의 모습에 분개했음에도 경찰이 되고자하는 기준과 희열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자신들의 힘으로 여러 소녀들을 지켜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시민의 부름에 응답하고자 하는 경찰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뛰어든 사회는 그런 사회가 아닐 것이다. 무능력한 경찰들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그렇지 않은 실오라기의 희망찬 청년을 기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예상컨대 이들에게 펼쳐진 건 <베테랑>은 아닐 것이다. 결국 그들은 유사 성행위 업소 앞에서 추격전은 벌였던 경찰을 짭새라고 부른 것처럼 그렇게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무슨 오락영화에 이런 현실성을 갖다 붙이냐 하며 비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오락영화의 웃음 타율이 50퍼센트 미만인 것은 오락영화로서도 역할을 다 못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그코드는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납치 사건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며 허둥지둥 대는 모습이 마냥 웃기지 만은 않았다. 자극적인 소재인 납치, 난소 적출을 보여주면서 그걸 병맛개그로 승화하려 하니 얹혔다. 그것도 많이. 많이들 영화 <스물>의 캐릭터들이 경찰대 간 것 같다고 말하는데 강하늘 씨의 연기는 중복되어 보인 건 사실이다. 있는 척, 아는 척하는데 허당인 캐릭터. 반면에 박서준의 캐릭터는 거의 고등학생 수준이었다. 대사도 그렇고 사실 경찰대 갈라면 공부 잘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모자란 캐릭터가 주인공인 것이 오로지 영화만을 위한 설정인 것도 아쉽다.
어디서 들어본 10대 밴드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소리 지르며 뜀박질하는 젊은 에너지가 200% 발휘 됐을지 몰라도 두 주인공의 만남이나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적 연출에서 어딘지 모를 싸한 기분이 들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게 작년 겨울에 촬영하고 올해에 개봉하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형식적이고 딱딱 흐름이 기가 막히게 끊기는 게 이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 회의실 장면 같은 신은 앞으로 모든 영화에서 보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도 좋은 자리 제공해 주셨는데 좋은 소리 하나 못하고 쓴소리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솔직한 게 훨씬 낫지 않습니까?
+
어느덧 시간이 지나 마지막 브런치 무비 패스네요. 맨 처음 작품이 정우, 강하늘 주연의 <재심>이었는데 마지막은 박서준, 강하늘 주연의 <청년경찰>입니다. 시작과 끝이 배우 강하늘이네요. 약 6개월 동안의 무비 패스. 항상 관람하기 좋은 좌석을 주시고 어느 자리 원하는지 먼저 물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