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굿플레이스>입니다.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4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by 영화요원

[굿플레이스(The Good Place)] 시즌 1~ 4 NBC


당신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천국과 같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지옥과 같은 영원한 벌(罸)의 세계로 갈까? 자신있게 좋은 곳!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마 지금까지 꽤나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왔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테고, 나쁜 곳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솔직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당신 살아생전 나쁜 짓만을 골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후세계로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 필자가 봤던 어느 영화나 드라마, 책 중에서 사후세계에 대한 가장 색다른 해석을 내놓은 충격의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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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평범하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을 자신 스스로의 결핍이라 느껴 일생을 이기적인 선택들과 쾌락적 행동들을 일삼았던 엘리노어(크리스틴 벨)는 어느 날 대형마트에 줄지어있던 카트에 치여 갑자기 죽게 된다. 그런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다름 아닌 굿 플레이스(the good place). 세상 착한 사람들만 모아놓은 이곳의 설계자 마이클(테드 댄슨)은 그녀를 안심시키고 올바르게 살아왔던 지난 생애를 칭찬하며 앞으로 굿 플레이스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일만 남았다고 전한다. 하지만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광대를 좋아하는 인권변호사가 아니었던 엘리노어는 자신과 같은 이름으로 굿 플레이스에 잘못 왔음을 깨닫게 된다. 엘리노어는 실수로 굿 플레이스에 온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살아생전 해본적도 없는 착한 척을 해보지만 그녀가 일부로 이타적인 행동을 하면 할수록 굿 플레이스에는 유니콘이 떠다니는 등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괴로움의 비명만이 울려 퍼지는 배드 플레이스(the bad place)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엘리노어는 진짜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소울메이트로 지정된 치디(윌리엄 잭슨 하퍼)에게 찾아가 자신이 이곳에 잘못왔음을 고백하며 윤리수업을 받고 싶다고 도움을 청한다. 호주의 도덕 윤리학 교수인 치디는 그녀의 충격적 고백으로 자신의 도덕적 가치관(거짓말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것인가?)이 무너져 괴로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노어를 진짜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미국의 코믹연기의 대가 스티브 카렐 주연의 시트콤 '오피스'와 장수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 나인'으로 유명한 마이클 슈어가 제작한 <굿 플레이스>는 한 에피소드 당 20여분으로 짧은 시트콤이면서 도덕과 윤리라는 가치를 재미있게 풀어낸 드라마다. 시즌 1~2는 개그적 요소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하나 시즌3부터 마지막 시즌까지는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에 도덕적 메세지를 찾아내는 전개로 올해 2월 말에 모든 시즌이 종료됐다. 도덕 이야기의 비중이 많아지는 시즌 3에서부터 중도하차하는 시청자들이 꽤 많은 편이나 마지막시즌까지 시청하면 아주 벅찬 감동이 기다리고 있는 귀여운 시리즈이니 꼭 마지막까지 보는 걸 추천한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 아님 나쁜 사람?

인간이 지구에 사는 동안 선한 일을 행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았다면 가게 되는 곳 '굿 플레이스'와 나쁘고 이기적인 행동들에 대한 대가로 가게 되는 '베드 플레이스'는 확실히 구분되어있다는 것이 시리즈의 큰 설정이다. 시리즈 중반부에는 그렇게 나쁘지도 착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미디움 플레이스'라는 곳도 등장하지만 주 무대는 성인군자들이 넘쳐나는 '굿 플레이스'. 이곳에서는 상대를 항한 욕을 발설할 수 없으며(자동으로 순환된 표현이 나온다) 술을 먹어도 숙취가 없고, 매일매일 맛있는 프로즌 요거트와 파티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해야 할 일도 못할 일도 없는 장소이지만 이곳에는 우리가 성인(聖人)이라고 생각한 인물들도 쉽게 오지 못한 장소로 그려진다. 이는 죽기 직전까지 한 모든 행동들에는 점수가 매겨지고 좋은 일을 하면 점수를 얻으나, 나쁜 일을 하면 점수를 잃게 되고, 의도적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점수로 매겨지지 않는다는 법칙 때문이다. 이 부분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전체적으로 그려내는 '좋은 행동'에 대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옳은 행동이기에 행한다는 칸트의 의무론적 관점에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내가 마음이 불편하니까', '하는 김에' 라는 기타 이유가 허락되지 않는 행동이 바로 ‘선한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냥 그 일이 '올바른 일'이기에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까칠한 조건 때문에 많은 철학자나 사회운동가들이 굿 플레이스에 오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우스운 설정이지만 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도덕법칙을 주장한 칸트마저 굿 플레이스로 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굿 플레이스에 온 4명의 주요 인물들이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잘못 온 '엘리노어', 도덕윤리학 교수 '치디', 영국의 자선사업가 '타하니(자밀라 자밀)', 대만의 수도승 '지안유(매니 자신토)'. 이 넷은 이웃이자 소울메이트로 굿 플레이스에서 짝을 이루며 생활하게 된다. 또 이곳엔 구글과 같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 잇는 존재 '재닛(달시 카든)'이 있다. 인간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은 아니고 여성은 더더욱 아닌 인공지능인 그녀는 굿 플레이스의 거주민들을 행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굿 플레이스 거주민 4명 앞에 찾아오는 도덕적 실험과 같은 이상한 사건들은 각 캐릭터들의 성격을 묘사하는 아주 중요한 장치이면서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이 사건들에서 ‘과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유명한 철학자들의 실험들을 빌려 발견하게 되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그동안 우리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가치들에 대해 깨닫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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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플레이스 = 영원한 행복? (스포일러 주의!)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도덕과 윤리를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반전이 시즌 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타나면서 이야기의 흐름이 한 번에 뒤바뀐다. 그동안 ‘좋은 사람’의 정의를 내려놓고 사람들을 판단했다면 시즌 2부터는 과연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좋은 행동들이 모여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첫 번째 결론에서 2차적으로 인간이 성장해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이시리즈는 사실 시트콤의 탈을 쓴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이면서 누구나 상상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야 말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후세계라는 미지에 대한 유한한 인간들의 고뇌의 작품이면서 우리모두가 선망하는 세상이 아닐까 싶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에 대한 찬사와도 같은 작품을 꼭 넷플릭스에서 경험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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