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보다 더 중요한 역사 <아웃랜더>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5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by 영화요원

「아웃랜더(Outlander)」넷플릭스 시즌 1~5(시즌5 방영중)


여러 드라마 장르 중 특히 사극 드라마를 좋아하는 마니아 층이 있다. 한 나라와 지역의 과거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더불어 ‘드라마’라는 극적인 서술 형식을 이용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시대극은 역사의 재해석과 왜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다소 까다로운 장르이다. 승자의 역사만이 기록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여러 과거의 이야기 중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이야기만을 기억하게 된다. 여기 여러분들이 알던 유럽, 그중의 신사의 나라 영국, 그중 잉글랜드의 역사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는 시리즈 <아웃랜더>가 있다.

시놉시스

제2차 세계대전의 군 간호사로 활약한 클레어(카트리나 벨프)는 연합군의 최종 승리와 함께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된다. 사상 최악의 전쟁통에 제대로 된 신혼을 즐길 수 없었던 클레어는 역사학자인 남편 프랭크(토비어스 맨지스)와 두 번째 신혼 여행길에 나선다. 스코틀랜드의 오랜 유적지로 떠난 둘은 과거의 여러 흔적들을 보면서 그동안 못다 한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며 평화롭게 지내게 된다. 남편 프랭크의 지인과 담소를 나누던 중 클레어는 손금으로 일생에 두 번의 결혼생활을 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클레어는 홀로 이상한 소리를 따라 언덕을 올라 돌을 만지게 된다. 순간 정신을 잃은 클레어가 깨어난 곳은 200년 전인 18세기 스코틀랜드. 그녀는 가까스로 스코틀랜드의 메켄지 가문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스코틀랜드와 앙숙이었던 잉글랜드 사람이었던 클레어는 메켄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감시를 받곤 했다. 때문에 클레어는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20세기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언덕 위 돌로 쉽게 도망칠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 스코틀랜드 생활에 익숙해진 그녀는 잉글랜드 군인들에게 스파이로 의심을 받자 메켄지 가문의 사람인 제이미(샘 휴언)과 결혼하여 스코틀랜드의 공식적인 보호를 받게 된다. 안전을 위해 한 결혼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모습을 알고 있었던 클레어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제이미와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아웃랜더>는 미국의 유명 작가 다이아나 가발돈이 자그마치 1991년부터 써오고 있는 동명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아직까지도 소설의 결말이 나지 않았고 드라마 시리즈도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진행 중이니 완결을 보려면 꽤 인내심이 필요한 작품 중 하나다. 오랜 시간 동안 여성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아왔고 작가가 직접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여 소설과 드라마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작가의 참여로 20대부터 40대까지 넓은 팬층을 확보하게 되지만 국내 정서와는 잘 맞지 않는 격한 섹스신과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내부의 역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국내 인지도가 낮았으나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패배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독특한 영어 발음을 가졌고 어딘가 모르게 세련된 사람들에, 유럽의 수많은 국가들 중에서 잘 알려진 나라로 인식되는 영국은 생각보다 더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처럼, 아일랜드도 영국으로부터 800년 동안 지배를 받았었고 지금의 영국이라는 나라로 불리기까지 네 개의 왕국의 잦은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내용이다. 승자의 이야기가 주로 역사로 남듯이 주로 위와 같은 내용은 잉글랜드의 관점에서 서술된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 제목인 <아웃랜더>는 ‘이방인’이라는 뜻으로 유럽 역사의 중심이었던 잉글랜드 사람인 클레어를 낯설고 경계해야 하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또한 이 드라마는 18세기 스코틀랜드에 느닷없이 나타난 20세기 잉글랜드 여자 클레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간과했던 비주류 사람들의 문화와 생활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정서에 동화되게 한다. 흔히 우리와 다르면 야만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여기는 고정관념들을 드라마 속 여러 캐릭터들로 극복하려고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불편한 장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20세기 여성의 시각으로 본 18세기 스코틀랜드

일찍이 여왕이 있었던 역사와 다르게 <아웃랜더>에서 그리는 18세기 여성인권은 지금과 비교 못할 만큼 낮았고, 성적인 학대와 더불어 영리하거나 사람들을 선동하는 여성은 마녀라고 여겨 불태워 죽이기 십상이었다. 이 시리즈에서도 주인공인 클레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하는 모진 수모는 ‘적어도 주인공인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는 의견도 있을 만큼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20세기 남편 프랭크의 200년 전 조상 ‘랜들’에게는 밉보여 강간을 당하기 직전까지 가고 같은 길을 걷는 동료들에게 매일 희롱을 당하며 제이미와 결혼 후에도 남편이 아내의 주인이며, 아내가 잘못을 저지르면 남편은 아내를 훈육을 한답시고 육체적 폭력을 가하는 장면들도 나타난다. 아이러니한 점은 클레어가 이 시리즈에 나오는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시즌 1의 마지막 직전까진 ‘불쌍한 여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 작가가 말했듯 이 작품은 로맨스 소설이기 이전에 역사 소설이기에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여성 주도권의 행방을 디테일하게 묘사하면서 20세기와 18세기를 사실적으로 서술한다. 숱한 성폭행 장면 또한 ‘강간은 성욕의 표출이 아니라 권력의 행사’이라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여 잉글랜드 군인들인 레드코트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스코틀랜드를 억압하고 지배하고자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제이미와 클레어의 사랑이 이 스토리의 주축이나, 살을 채우는 이야기들은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 군인들에게 당한 수모와 그들에게 굴복하지 않으려는 모습들이다. 잊혀지고 아무 관계없는 것처럼 보였던 역사가 클레어에게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 되면서 ‘어쩌면 미래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지나쳐온 과거일지도 모른다’는 이 시리즈가 조명하는 주제에 더 몰입하게 된다.


캐릭터들과 연기자들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주연배우들의 출신과 연기가 이 시리즈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고 시대극에서 기대할 수 있는 과거 모습에 대한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 등을 통해 서양의 역사드라마 진입장벽을 낮추려고 했으나 다소 높은 수위와 잔인한 몇몇 장면들로 중도하차한 시청자들도 더러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 시리즈를 자극적인 장면들로 평가하지 말고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더 나아가 유럽의 18세기 역사, 그리고 그 머나먼 대륙의 역사가 가지는 의미들을 생각해본다면 동양 문화권인 우리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생각할 수 있는 시리즈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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