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의 삶을 위로하는 이야기
<이번생은 처음이라>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지 6월호 드라마 온 넷플릭스

by 영화요원

「이번 생은 처음이라」 tvN


우리에게 전생이 있던 다음 생이 있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은 처음이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사는 것도, 누군가의 부모로 사는 것도, 사람과 맺는 관계와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순간 모두가 처음이기에 우리에게 실패란 필연적이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모두가 처음에는 실수 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처음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과 간절함 때문에 힘든 순간들을 보내게 된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는 말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절망적이다.


시놉시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교대에 진학하길 원했던 아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 들어가 졸업을한 ‘지호’는 드라마작가의 꿈을 안고 드라마 보조작가로 근근이 먹고산다. 남해에서 올라와 하나뿐인 남동생과 함께 서울살이를 하던 지호는 드디어 메인작가 제의를 받게 되고 시나리오 <거북이 고시원>을 지호의 짝사랑 상대인 계피디와 함께 작업하게 된다. 남해에서 함께 서울로 올라온 친구 ‘수지’와 ‘호랑’의 축하도 잠시, 지호의 동생이 여자친구와 속도위반을 해 함께 살던 집이 남동생의 신혼집이 되어버려 하룻밤에 오갈 곳이 없어진다. 갈 곳 없는 지호가 찾은 곳은 월세 30만원의 쉐어하우스. 고양이를 키우는 80년생의 ‘세희’가 집주인으로 있는 곳에 들어가게 된 지호는 다소 중성적인 자신과 집주인의 이름 때문에 서로를 동성으로 생각하게 된다. 계산적이고 조금은 냉소적인 세희에게 청소, 분리수거, 고양이 돌보기에서 최고의 세입자였던 지호는 결국 집주인이 이성이라는 이유로 쉐어하우스에서 나오게 되고 방송국에서 마련해준 지하창고 작업실에서 당분간 지내게 된다. 그러다 술에 취해 지호를 찾아와 해코지를 하려한 계피디에게 마음과 몸에 상처를 입은 지호는 한밤중에 세희가 있는 쉐어하우스로 찾아간다. 평소 지호의 깔끔한 성격이 맘에 들었던 세희는 그녀의 월세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호에게 ‘2년간의 계약결혼’을 제안한다. 가족과 친구들의 눈을 피해 ‘세입자와 집주인’을 ‘아내와 남편’으로 위장한 동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비운의 88년생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던 지호, 수지, 호랑은 고향을 떠나 서울이라는 각자의 전쟁터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다. 취업, 사회생활, 결혼 문제들은 이들이 30살이 되면서 차례대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들이다. 대학졸업을 하면 취업의 산이, 취직을 하면 사회생활이라는 더 큰 산이, 그리고 마지막 같지만 또 다른 세계의 시작인 결혼까지, 이들에게 쉬워 보이는 일들은 단 하나도 없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란 게 존재하기 때문에

장녀이지만 남동생이 있다는 이유로 평생을 배려만 하며 살았던 지호는 19살 대학입시로 처음 아빠에게 반항을 하게 된다. 또 드라마 메인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훈수를 두는 선배작가와 이에 동조하며 지호를 설득하는 피디들에게 상처를 받아 드라마 안하겠다고 선언하고 자리를 떠난다. 집도, 직장도 없었던 그녀가 선택한건 남들이 보기에 취집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결혼이었다. 10년 동안 매달렸던 작가생활에서 실패자로 남해에 내려가기 싫었던 지호는 월세 30만원이라는 조건하나만 보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시작이라는 결혼이 지호에게는 도피가 된 셈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처음 경험하는 것은 바로 관계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가지는 관계는 부모형제와 이루는 가정이고 이후에는 친구, 직장, 결혼이 보통 기다리고 있다. 지호는 결혼을 하면서 처음으로 한 집에서 자신의 배우자와 마주하는 경험들을 한다. 반면 남편 세희는 너무 아팠던 첫 경험 때문에 쉽게 곁을 내어주지 못한다. 너무 많은 주변 관계에 지쳤던 세희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마음에 작은 방을 만들어 종종 문을 굳게 닫아버리고 키우는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여 따듯하게 불러주지도 않는다. 그런 세희를 사랑하게 된 지호는 노력을 한다. 그 방에서 세희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누군가 옆에 자리를 채워 앉는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호와 세희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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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종 나오는 도서의 힘은 강력하다. 떠다니는 글자를 인물로, 어떤 상황들로 함께 보여주면 그 글자들이 목소리와 기억이 되어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책을 가장 효과적인 드라마 장치로 사용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좋은 문구들이 등장한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 포함된 시집, 김연수 작가의 <세계의 끝 여자친구>, 결혼생활의 파탄과 개인의 자멸을 보여주는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등이 등장한다.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서점에 찾아가 책을 찾게 된다. 우리가 극중 등장하는 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또 지금 겪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의 또 한 가지 매력은 지호, 수지, 호랑의 캐릭터에서 시청자 스스로의 모습이 모두 투영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는 ‘지호’의 취업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턴 ‘수지’의 힘든 사회생활이, 주변 사람들 중 하나 둘 결혼을 하고 그들의 결혼생활 가치관을 들을 때면 ‘호랑’이 왜 그토록 결혼을 하고 싶어 했는지가 모두 공감이 된다. 캐릭터의 설정과 성격의 묘사와 그들의 감정표현이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그들이 살아가면서 포기하는 것,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로 충분히 보여지면서 깊이가 더해진다.


튀는 색만 골라 입고 특별한 게 좋았던 호랑이 이제는 평범한 까만 옷을 입고 남들이 다 하는 얘기하면서 살고 싶어 하는 부분은 청춘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이기에 언제나 특별하게 빛나야 한다는 주변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평범한 인생을 추구하는 개인의 모습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만들어낸 선택들은 활기차게 마무리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 것이다. 행복할 줄 알았던 결혼생활이 잦은 싸움으로 흉해지기도 하고 회사를 떠나 창업을 하는 것도 어쩌면 회사생활보다 더 힘겨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직접해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너무 우울해하지 않아도 된다. 처음해서 실패한다는 건 다음에는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긴다는 말이니까. 처음이 있기에 배움이 있고 또 다른 처음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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