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과 규범, 그리고 인류의 길

by 안개꽃 눈송이


숲 속의 사슴은 포식자를 만나면 망설임 없이 달아난다. 도망은 생존의 본능이며, 그 본능 덕분에 사슴은 오늘도 살아남는다. 그러나 인간은 달랐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도망치면 안 된다”라는 규범을 만들었다.

이 질문을 초등학생이 던졌다는 사실은 놀랍다. 아이는 단순히 ‘도망은 나쁘다’라는 도덕적 판단을 반복하지 않고, 이렇게 묻는다: 「動物は本能に従って逃げるのに、人間はどうして『逃げてはいけない』と考えるのだろうか。」 (동물은 본능에 따라 도망치는데, 왜 인간만은 ‘도망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는 이미 철학적 사유의 문을 연 섬세한 사고다.

진화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은 집단을 이루어 살아온 사회적 동물이다. 원시 부족 사회에서 누군가 도망치면 집단 전체가 위험해졌다. 따라서 집단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본능을 억제하는 규범이 생겨났다. 이 규범은 세대를 거쳐 문화와 도덕으로 굳어졌다.

역사는 이를 증명한다. 고대 스파르타에서는 전사들이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것이 최고의 명예였고, 어머니들은 아들에게 “방패 위에 실려 오라”라고 말했다. 이는 살아서 돌아오든, 죽어서라도 명예롭게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도망은 개인의 생존을 의미했지만, 공동체의 규범 속에서는 비겁함과 치욕으로 간주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선택도 그러했다. 그는 항소를 포기하고,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한·중·일 3국이 협력하여 공동 은행, 공동 군대, 공동 교육, 공동 의회를 세워 동양의 평화를 이루자는 구상을 담고 있었다. 끝내 미완으로 남았지만,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동양 전체의 미래와 평화를 향한 비전이었다.

스파르타의 전사와 안중근 의사의 선택은 모두 개인의 본능을 넘어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한 사례다. 그러나 역설은 여전히 남는다. 때로는 도망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일 수 있다. 불길 속에서 도망친 아이가 살아남아 공동체의 미래가 되듯, 도망은 생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오늘날 우리는 다시 묻는다. 규범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시대, 전 세계적으로 개인의 본능과 욕망이 규범을 압도하는 듯 보이는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럽의 경제적 몰락과 극우 집단의 번성, 미국의 강압적 대외정책, 영토적 야심은 모두 국제 규범의 약화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붕괴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본능이 규범을 압도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된다. 1930년대 유럽의 대공황은 극우와 파시즘을 낳았고,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오늘날의 혼란도 결국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는 과정일 수 있다. 젠더, 환경, 인권 같은 새로운 가치들이 본능과 충돌하며, 인류는 다시 규범의 재편을 모색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망치느냐 맞서느냐가 아니라, 그 선택이 자신과 공동체를 어떻게 지켜내는가에 있다. 인간은 본능을 넘어 규범을 만들었고, 규범을 넘어 다시 본능을 이해할 때 비로소 지혜에 닿을 수 있다. 스파르타의 명예, 안중근의 평화, 그리고 오늘날의 혼란은 모두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은 본능과 규범 사이에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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