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내 롯데리아

by 안개꽃 눈송이

오늘 롯데리아 미라클 버거를 먹으면서 예전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당시 불광시장은 연신내 사거리와 맞닿아 늘 살아 움직이는 심장 같은 곳이었다. 좁은 골목마다 상인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고, 채소와 과일, 생선과 고기 냄새가 뒤섞여 공기를 가득 채웠다.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들의 발걸음은 분주했고,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그 사이를 뛰어다니며 웃음을 터뜨렸다. 시장의 활기는 마치 끝없는 파도처럼 사람들을 휘감았고, 그 속에서 삶의 리듬이 만들어졌다.

그 활기와 맞닿은 반대편에는 작은 백화점이 있었다. 시내의 거대한 백화점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의류와 잡화, 생활용품,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공간이 그곳에 있었다. 부모들은 시장에서 장을 본 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그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고, 결국 멈추는 곳은 언제나 롯데리아였다.

롯데리아는 청소년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예일여고, 선일여고, 동명여고에서 흘러나온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매장을 가득 채웠고, 까까머리 중고생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수줍게 웃거나 애꿎은 장난을 걸었다. 그 시절 동명여고에는 조용원과 강수연 같은 배우가 다녔는데, 여학생들은 마치 자신이 그 배우라도 되는 듯 콧대가 높고 자존심이 강했다. 예일여고 학생들은 겉모습은 빛나고 훌륭했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바로 그 태도가 청소년기의 만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남학생들은 그들의 웃음 한 번, 눈길 한 번에 마음이 흔들렸고, 여학생들은 그 관심을 은근히 즐기며 청춘의 시간을 채워갔다.

매장 안은 늘 작은 축제처럼 활기가 넘쳤다. 테이블 위에는 단짠 소스가 묻은 햄버거와 바삭한 감자튀김이 놓였고, 그 옆에는 밀크셰이크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메뉴일지라도, 그때는 바닐라와 딸기의 색감이 백화점의 화려한 진열장보다 더 강렬하게 마음을 흔들었고, 빨대를 통해 입안으로 스며드는 달콤함은 세상을 잠시 멈추게 했다.

매장 밖 한쪽에는 아그립파를 닮은 청년이 늘 서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가끔 환하게 웃었고, 그래서인지 여학생들 중에는 그에게 은근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나중에야 뭔가 사연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려왔지만, 아무도 그의 사연을 묻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저 “그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연신내의 작은 트레이드마크처럼 그를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예전에는 그랬다. 조금 특이하거나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그냥 동네의 한 사람, 시장의 손님, 이웃으로 대접했다. ‘다름’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공간이 모든 사람을 품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다.

적어도 그곳의 분위기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따뜻한 공기가 있었다. 불광시장의 냄새와 백화점의 활기, 롯데리아의 달콤한 향과 청년의 웃음, 그리고 청소년들의 설렘이 뒤섞여 하나의 풍경을 완성했다. 지금은 사라진 장면일지라도, 기억 속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따뜻하게 빛나며, 그 시절의 공기와 웃음소리를 다시금 불러낸다. 지금은 가끔 북한산을 오를 때마다 술 한잔 하는 장소가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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