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印畵)되지 않는 노래

by 안개꽃 눈송이


세상의 모든 길은 문장이어서

신발 밑창에 묻어온 흙먼지조차

누군가 밤새 고쳐 쓴 파지(破紙)일지 모릅니다.

그대는 발걸음을 멈추어

허공으로 흩어지던 비명을 붙잡고

소멸해가는 것들의 등 뒤에

나직한 문등(門燈) 하나를 걸어 두었습니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

우주가 숨을 죽이고

세계선이 모여드는 그 정점에서

그대의 렌즈는 박제가 아닌 '부활'을 꿈꿉니다.

시간의 자락을 여며 묶은 매듭마다

떠나지 못한 노을이 고여 있고

우리는 그 정지된 침묵 속에서 비로소 듣습니다.

가장 낮은 보폭으로 걸어온 이가

사실은 가장 높은 음역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대의 프레임 안에서

오늘도 삶은 풍경이 되고,

풍경은 비로소 영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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