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한복판.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도시는 극명하게 갈라진다.
한쪽엔 탑골공원. 팔각정 아래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시간은 느리게, 마치 숨을 고르듯 흐른다. 그늘진 벤치엔 말없이 앉은 이들이 있고, 그들의 침묵은 오래된 시처럼 묵직하다.
다른 쪽엔 국일관. 지하부터 정상까지, 찜질과 사우나, 식당과 휴게실—모든 것이 구비된 세계. 땀과 식혜, 핫바와 웃음이 오가는 중장년의 활기찬 성지.
그리고 나는, 늦은 밤 그 두 세계를 내려다보는 15층 스카이라운지에 앉아 술 한잔을 들었다. 야경은 좋았다. 탑골공원의 가로등은 은은하게 빛나고, 멀리 국일관의 간판은 붉게 반짝였다.
그 순간, 친구가 마담에게 “아가씨”라고 불렀다. 그녀는 웃지 않았다. “저는 여기 주인이에요. 부르는 용어를 고쳐주세요.” 단호하지만 품위 있는 말투였다.
그 말에 술맛이 달라졌다. 서울은 그렇게,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의 삶과 말, 태도와 온도가 조금씩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