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들이 세상을 지킬 때》

by 안개꽃 눈송이

강자들의 눈이 다른 곳을 향하는 동안, 작은 손들은 바로 자신들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 이 말은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 엘론드가 반지 원정대 회의에서 건넨 말이었다. 반지의 제왕 속, 거대한 전쟁의 문턱에서. 그 순간 나는, 영화 1987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 그 말은 진실을 덮으려는 권력의 언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는 책상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어떤 기자는 펜을 들었고, 교도관은 양심을 꺼냈으며, 대학생은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영웅이 아니었다. 다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엘론드의 말은 판타지의 세계에서 울려 퍼졌지만, 그 울림은 현실을 흔든다. 강자들이 체제의 안정을 말할 때, 작은 손들은 진실을 말한다. 그 손은 거창하지 않다. 서류를 넘기고, 문서를 복사하고, 조용히 고발장을 접수하는 손. 하지만 그 손이 세상을 바꾼다.

1987년의 작은 손들은, 거대한 권력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진실을 꺼냈다. 그 손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책상 위의 거짓말을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손들을 기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 손이 내 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신성호 중앙일보 기자.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는 단신 기사로 사건을 최초 보도함

최환 부장검사 경찰의 시신 화장 시도를 막고 사체보존명령을 내림. 사건 은폐를 저지한 핵심 인물

안상수 검사 사건 당일 당직 검사로서 부검을 지휘함. 이후 정치인(흠....?)으로 활동

황적준 부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속. 물고문 흔적을 밝힌 부검 보고서를 작성하고, 경찰의 회유를 거부함

오연상 의사 현장 검진 당시 물고문 흔적을 목격하고 언론에 증언함

한재동 교도관(내부 고발자) 경찰의 조직적 은폐 정황을 쪽지로 외부에 전달함

이부영 전민련 상임의장 교도소 수감 중 쪽지를 받아 천주교 사제단에 전달함. 이후 정치인으로 활동

김승훈 & 함세웅 신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1987년 5월 18일 미사에서 사건 조작을 폭로함


세상이 흔들릴 때, 누군가는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한다. 그것이 작은 손들의 위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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