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을 온전히 내가 느낀 대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의 경험을 정말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때때로 내가 겪은 것들, 예를 들자면 인상 깊었던 여행이라던지, 결혼 생활이라던지,
혹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누군가 같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혹은 있어도 나와는 다른 경험을 한 사람에게 열심히 이해, 설명, 혹은 해설이라고 해야 할까,
어떤 단어로도 정확히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시도들을 열심히 해보던 때가 있었다
구구절절 내 경험과 생각을 내 언어로 풀어 듣는 사람의 귀에 맞는 언어로 조립해 이해시켜 보려고
부단히 노력을 해보았지만, 혹은 나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내 경험을 누군가에게 내가 느낀 그대로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벅찬 감정들, 가슴 벅찬 행복감 같은 것들. 어찌 보면 인류 보편의 감정일 수
있지만, 그런 감정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일주일 밤낮으로 설명한들 과연 전달될 수 있을까?
또 듣는 사람이 같은 육아의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느낀 감정이 그 사람이 느낀 감정과 같을까?
그 사람은 내 경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아예 없는 사람보다야 어느 정도 약간의 공통적인 경험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글쎄 내 경험을 100%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육아나 결혼생활뿐만 아니라, 사실은 그 어떤 것도 내 경험을 100% 이해시킬 수는 없다.
나는 정말이지 단도직입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먼 미래에 뇌에서 데이터를 꺼내서 복사해 줄 수 있어도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경험이라는 건 사실+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해석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데이터로 복사한 들, 받아들이는 뇌가 다르니 똑같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때로 자신의 경험을 타인에게 온전히 전하고 싶어 한다.
물론 너무 좋은 경험이라서, 커다란 행복을 느껴서 가까운 사람에게 함께 전하고 싶을 수도 있다.
이런 바람직한 이유가 아닐 때도 많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누군가를 붙잡고 내 경험과 그로부터 느낀 감정에
대해서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반드시 한편으로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다.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은 결코 당신의 경험을 100% 이해할 수 없다.
잘 듣지 않아서도 아니고, 너무 다른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당신을 싫어해서도 아니고, 당신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냥 그럴 수 없는 거다. 정말이지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있는 법이니까.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냐? 다른 사람한테 이런 얘기하지 말란 거냐?라고 묻는다면.
아니다. 그런 얘기는 아니다. 경험을 나누고 감정을 나누는 건 좋은 일이다. 물론 일방적이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마음껏 하되, 상대방이 모든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전제를 마음속에 두고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결혼 생활이든, 육아 이야기든, 회사 이야기든 뭐가 됐든 간에
상대방이 내 얘기를 100%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그런 기대를 내려놓고 상대방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서로 경험을 나누는 일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