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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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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Nov 05. 2019

서문

  나는 매일 샤워를 한다. 피곤해서 기절하듯이 잠들지 않는 한, 샤워를 하는 시간을 꼭 갖는다.


  샤워시간은, 폭풍같은 하루 속에서 잠깐 브레이크를 거는 시간이다. 우울하다가도 힘들다가도 세상 모든 의욕이 다 바닥이 났더라도, 샤워시간을 가지며 다시 무언가를 비우거나 채워본다. 내가 왜 그랬나를 생각하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내 편을 들어본다. 울면서 개같은 상사를 욕하고, 다시 다음날 얼굴을 마주 할 악을 채워본다. 그러면 나는 조금은 덜 힘들게 잠들 수 있다.


  우울하다거나 힘들다거나 개같다거나, 그런 건 어느 날 갑자기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조절하고 다스리는 방법을 익혀나가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그 수단은 샤워시간이다. 누군가는 굳이 음악을 듣기도 하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본다고도 한다. 그만큼 샤워시간은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자기자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시간을 하루에 한 번씩 가지는 나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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