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라는 망망대해에서

애미라이프 - 학습편

by 휘연

6년 동안 키우면서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남아 있는 건

신생아 시절부터 지키고자 했던 대원칙 2가지이다.


나는 평범한 엄마니까.

엄마니까 해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아주 많다는 건 알겠지만

모두 해줄 수는 없으니

나의 평범함에 맞는 대원칙을 세웠다.



1. 영상 노출 금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지성 작가님의 책을 여러 권 접했는데,

영상 노출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다.

당시에는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출산 이후부터 무의식적으로 티비를 켜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애미, 애비 둘 다 시력이 상당히 안 좋은 편이라,

아이의 시력 보호도 있었다.

4살 겨울쯤부터 영어 노출을 위해 제한된 영상 시청을 허용하고 있다.


2. 잠자리 독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지켜지고 있는 사항.

자기 전에 책을 안 읽은 건,

아이가 너무 피곤해서 읽기도 전에 기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나의 육아 스타일은 ‘방임’.

특히 학습에 있어서도 크게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중요한 건 엄마표를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의지’가 없다.


물론 종종 먼지처럼 쌓인 의지를 탈탈 털어서라도

'움직여야하나?' 하는 상황들이 있다.

바로 SNS!


SNS를 조금만 살펴보면

우리는 엄청난 ‘엄마표’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존재하는 엄마들은 만능이다.


엄마표 영어, 엄마표 수학, 엄마표 과학, 엄마표 미술, 엄마표 놀이…

여기에 다들 어찌나 밥도 잘해주시고,

캠핑이다 체험이다 좋은 곳도 잘 찾아다닌다.



혹한다.

코끼리급 거대 팔랑귀를 가진 나로서는 볼 때마다 팔랑 거린다.


영어는 내 직업이니 좀 해줘야 체면이 살 것 같고,

수학은 미리미리 안 하면 학교 들어가서 힘들다 하고,

과학은 애들이 실험하며 즐겁게 배울 수 있다고 하고,

미술은 예술이 어린 시절에 얼마나 좋은지 말해 뭐해,

놀이는.. 놀이가 세상 제일 중요한 시기니까!


여기에 읽어줘야 되는 책과 좋아 보이는 책이 어찌 그리 많은지.

공구 관련 글들을 보면 눈 돌아가는 책들이 무궁무진.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는 너무나 넘쳐나는 정보 홍수에 살고 있다.

동네 안에서만 사람들을 만나던 때와 다르게,

지구가 둥굴어서 자꾸 걸어간 것도 아닌데

전 세계 애미들을 다 만날 수 있으니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혹하는 것들이 많다.

그만큼 나를 조급하고, 조바심 나게 하는 것도 많다.

텅장의 위기도.



흔들리고 또 휘둘린다.

아이에게 좋다는데 그러지 않을 부모가 있으랴.

문제는 흔들리고 휘둘리면서 정작 그들만큼 해주지 못하니,

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영유아기 시절에 미술을 해줘야 발달에 좋다던데…

영유아기 시절부터 수에 노출을 시켜야 머리가 좋아진다던데…

영유아기 시절부터 과학으로 놀아주면 배우는 것도 많고 즐겁다던데…

영유아기 시절이 영어의 핵심 시기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애미 라이프는 대부분 ‘방임’이 주를 이룬다.

(어… 그러고 보니 나 생각보다 좀 꿋꿋한 듯?

쓸데없이 이런 부분에서-_-)

무척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니

정작 아이를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비축한답시고 내 걸 안 하고 있어 봤자,

이후에 자괴감만 쌓이고 우울감만 더해졌다.

딱히 아이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쓸 수도 없었다.



아… 못하겠드아!

워크시트 찾아서 정리해서 시키는 것도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무료 워크시트 나눔이 그렇게 많은데!


정말 부지런한 애미들 존경!




게으르고, 의지도 없고, 요령도 없고,

여러 분야에서 할 줄 아는 게 없는

이 애미는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나마 두 가지 원칙만은 분명히 지키고 있다.


다행히 스스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여기고,

나름 만족하고 있다.

비록 과학 실험을 해주는 멋쟁이 엄마도 아니고,

미술을 해줄 수 있는 섬세한 엄마도 아니고,

수학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똑똑이 엄마도 아니고,

재밌게 잘 놀아주는 재밌는 엄마도 아니지만,

내가 줄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정신승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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