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어떻게 써?! 는 이제 그만...
6살이면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유치원 친구들 중에서도 글을 잘 읽는 아이들이 있나 보다.
수가 많은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 아이들이 모두
차차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었다.
차차 성격이 그런 것에 영향을 받는 편은 아니다.
나만 못해서 의기소침해지거나
경쟁심이 발동해서
‘나도 잘할 거야!!!’ 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냥 포기하거나
관심을 꺼버리는 편이라 걱정이다.

당장 문자 학습이 급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서
신경 쓰진 않았는데,
문제는 그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다던지,
아니면 본인이 기록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매번 내가 써줄 수 없어서 생긴다.
보지 못한 채 말로만
어떤 글자를 어떻게 쓰라고 하면
어딘가 이상하게 쓰고,
본인이 봐도 이상한지
어떻게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냈다.
글을 쓰거나 뭔가 제대로 한글을 알겠다고 하는 것보다
단순히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기록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
그래서 6세 후반(9월 즈음) 한글을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도 글자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정리 차원으로 한 번 훑고 넘어가 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집에 넘쳐나는 학습지들이 있긴 하지만,
한글은 많지 않기도 했고,
그것들은 이미 한 번씩은 팽당했던 것들이었다.
세트로 묶여 있는 학습지 안에
같이 포함되어 있던 것들.
다른 건 다 하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한글 쓰기 책들.
일단 쓰는 건 무지무지 싫어하니,
쓰는 부분의 분량이 적고,
당장은 자모음과 받침이 있다는 것 정도만 구분했으면 했다.
책 한 권 한다고 다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욕심 내지 않고
한 번 훑는 정도로 가볍게 해 보기로 결정.
(물론 가만히 앉아서 해보는 경험을
쌓아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엄마표 앉기 습관)
https://brunch.co.kr/@grayemilio/19
그런 이유로 선택한 책이 바로
<아하 한글> 시리즈.
글자 자체를 습득하는 보드북은 빼고,
정말 한글 낱자만 알 수 있는,
무한 반복 연습도 안 하는 책이라서 딱이었다.
(연습하는 책은 따로 있음)
여기에 다양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
그림과 함께 단어를 읽는 연습을 많이 할 수 있으니 아주 제격!
매일매일 10분씩만 하기로 약속하고,
타이머를 맞추고 매일매일 진행했다.
처음에는 아빠랑 했으면 했으나,
둘이 시간도 안 맞고,
아빠가 전혀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책을 사놓고도 한동안은 진행하지 못했다.
그래 내가 하고 말지!
라는 생각에 문득 시작했다.
그래서 첫 시작 날짜가 언제인지 사진도 없고,
기록도 없고,
중간에 어떤 부분은 아빠랑 했던 것도 있다.
그런 작은 부분만 빼고는
내가 규칙적으로 시키겠다는 생각에
매일 등원 전 10분만!
이라는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어서
시작했다.
휙휙 페이지도 잘 넘어가고,
빠르게 훑었어도
아이가 읽을 수 있는 단어가 많아졌다.
스스로도 자음 모음 받침 겹글자 순서대로
정리가 되면서
알아보는 게 많아진다는 걸 느끼니
즐거워했다.
물론 책 한 권을 끝내는 짜릿함은 덤이다.
한글 교육은 따로 안 시켜도
때가 되면 다 하고
유치원에서 하면 된다지만,
뭔갈 기록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더없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후로 한글을 완전히 습득했느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ㅋㅋㅋ
그랬으면 진짜 언어천재…

아직도 어려워하고,
모른다고 하는 글자들도 있고,
읽는 것도 힘들어한다.
알려줘도 똑바로 못 쓰는 글자들도 많다.
하지만 훨씬 수월해졌고,
스스로 자신감이 생긴 게 보였다.
게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상담 통 틀어서
한 번도 한글 수업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얼마 전에 유치원에서도 한글 수업을
무척 즐겁게 열심히 한다고 들었다.
자신감 있게 잘한다고.
이제 잘할 때가 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할 시간에
나와 함께 한글 관련 학습지 7권을
(아하 한글 4권 + 집에 굴러다니던 한글 학습지 3권)
마무리했던 시간도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이래서 엄마표에 중독되나?
내가 조금만 봐주면 아이가 달라지는 게 보이니까.
엄마표라는 단어가 조금은 익숙해진다.
하지만,
부디 주객전도가 되어
나도 모르게 아이를 잡지 않게 정신 잘 챙겨야 할 듯하다.
내가 폭주하면 그 희생물은 아이가 될 텐데.
해내는 성취감과 꾸준함의 짜릿함은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