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나, 세 권의 그림책

과거, 현재, 미래의 나는?

by 휘연

처음 미션 과제가 나왔을 때,

참 막연하다

는 생각을 했다.

목표를 세우고, 미래를 그리고, 꿈을 가지는 게 어색한데,

뭔가 추상적인 과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이토록 내가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었나 싶다.

왜 그런지는 늘 미스테리다.

그 중 한 가지는 과거와 현재는 언제나 내게 힘들고,

미래는 이런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1. 과거편 : 안하무인 <I'm the best> by Lucy Cousins


특히 나는 내 과거가 참 아프다.

상담 수업을 들으며,

내게 있어 가장 충격적인 말은

과거의 별 거 아닌 일들을 끌고 와서라도

나 자신을 미워하려고 한다는 거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나는 나를 그렇게 미워하는지,

뭐 때문에 그렇게 화가 많아서 나는 그렇게나 나를 미워해야만 하는지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안하무인'.

실제로 직장 상사에게 들어본 적도 있는 단어.

그 때는 오해도 풀고, 잘 해결했지만,

이 단어는 떠올릴 때마다 나를 분노케했다.


그 후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면,

안하무인이 맞았던 것 같다.

물론 그 사건에 있어서의 안하무인은 아니지만,


'교만하여 세상을 업신여김' 이라는 내용은 맞지 않았을까?


세상 제일 잘난 줄 알았고,

정말 잘하는 줄 알았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분명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몸부림이었지만 말이다.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 책인 <I'm the best>는

Lucy cousins 특유의 귀엽고 눈에 띄는 색감이 살아 있는 책이다.

게다가 아이들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주인공인

개는 딱 우리 아이 또래가 가질 수 있는 생각과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존감 100을 갖고 태어난다.

여기 나오는 이 개처럼.

자신은 다 잘하고, 모든 부분에서 최고다.

(딱 현재 우리 아들 같다.)

끊임없이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는데,

비교 방식에서부터 조금 문제가 있다.

공평하지 않은 조건에서 자신이 유리하게 이길 수 있도록 한다.

(이것도 보통 아이들이 모습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세상 제일 안하무인이다.

아이들은 귀여운 안하무인쟁이들.

그리고 나는 이런 모습을 커서도 가지고 있었다.

뭐든 제 시기를 벗어난 건 재앙이다.

세상으로부터 주변으로부터 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조금씩 채워가기 위해 많은 걸 배워야 하는 걸

배우지 못했다.

이 귀여운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언제나 씁쓸한 건 이 때문이다.



2. 현재편 : 삽질 <Sam&Dave dig a hole> by Mac Barnett, illustrated by Jon Klassen


아이를 낳고 집에 갇혀 있는 동안,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절감하고,

다행히 너무 늦기 전에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아니,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독이 되어

내가 알아야 하는 분야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자 했다.

육아서는 물론이고 고전, 경영, 경제, 미술, 역사, 심리 등을 읽었다.


육아서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고전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경제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심리 공부도 했다.


본업인 영어 강사로서의 일은 이미 잡혀 있는 게 있어 크게 품을 팔지 않아도 되었고,

아이때문에 어차피 계속하기도 힘들어서 점점 마음을 접고 있었다.


그렇게 3, 4년이 지난 후부터 많이 들은 말이 '집중'이었다.

그럼에도 나의 '삽질'은 계속되었다.

<Sam&Davd dig a hole>에서 Sam과 Dave는 엄청난 뭔가를 찾겠다고

땅을 파기 시작한다.

막연히 뭔가 엄청난 게 있을 것 같아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 판다.

파고 또 판다.

안타까운 건, 그들은 계속해서 엄청난 뭔가를 피해서 파기만 하는 진정한 삽질을 지속한다.

결국 자신들이 있던 원래 장소로 떨어지는,

조금 순환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한 구조.


현재의 나는 삽질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엄청난 것들은 놓치고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마지막이 내 이목을 끌었다.

나 또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영어 강사로서 좀 더 입지를 다지려고 하고 있다.

현재의 내 모습이다.

삽질을 하되, 좀 더 의미 있는 삽질이길 바랄 뿐이다.


3. 미래편 : 비상 <After the fall> by Dan Santat


여전히 나의 미래를 그리는 건 어렵다.

막연히 유명한 강사가 되고 싶고 책을 쓴 작가이길 바라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길 바란다.

막연한 만큼 가져올 수 있는 그림책도 막연했다.

그저 내게 뭉클했고, 이랬으면 하는 그림책 <After the fall>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떻게 다시 일어섰는지에 대한 이야기.

지인이 너무 좋다고 추천해줬던 책인데,

그 이후로 나도 많은 이들에게 읽어주고 알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옛날 이야기 Humpty Dumpty의 이후 모습을 그렸다.

높은 장벽에서 떨어진 이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알을 깨고 비상하는,

<데미안>이 생각나는 그런 책이다.

내게 두려움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게 하는 요소가 내게도 있음을 자각시키고,

그렇기에 나도 사다리를 오를 수 있음을 알려준다.

현재의 내가 이렇게 불안하고, 두렵다 하더라도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럼에도 움직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지막 빛을 뿜으며 알이 다 깨지며,

날개가 솟아오르는 장면은 처음에는 눈물이 났고,

그 이후로도 언제나 뭉클하다.

내가 죽을 때 이렇게 비상하는 모습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곧 막연하게 그리는 나의 미래가 훨씬 더 구체적으로 그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