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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들고 하고 싶은 말

우리는 왜 노래하고 춤을 추며 카메라를 들었나

    소통의 욕망은 본인이 품고 있는 말을 전하여 상대와 공감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연결을 위한 도구로 우리는 말을 선택할 수도 있고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도구에는 말이나 행동과 같은 직관적 도구가 아닌, 보다 비언어적인 도구도 있다. 가수는 노래를 하고, 시인은 시를 쓰며, 춤꾼은 춤을 춘다. 그 행위의 본질은 ‘상대와 공감하고자 함’이라는 공통점으로 일축할 수 있는 듯하다.

Dorothea Lange: Migrant Mother, Nipomo, California, 1936


    우리가 어떤 의사를 표현할 때, 그 소통에는 화자와 청자가 필요하다. 사진 작업도 마찬가지다. 들을 사람을 염두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 그 메시지 전달을 통해 대상이 되는 무리와 공감하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이 바로 그 작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Audrey Hepburn – Yousuf Karsh 1956

    인물 사진이 재밌는 것은 그 매개체로 또 하나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모델이다. 모델은 화자나 청자에 속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 역할만 한다. 사진가는 청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에 대응하는 은유의 도구로써 모델을 이용한다. 엄지, 검지, 중지를 펴서 이마를 짚어보세요. 사십오도 각도로 바닥을 바라봐주세요. 사진가는 그 은유가 적절하게 표현되기 위해 모델과 양질의 소통을 해야 한다.

    인물 사진은 ‘화자(사진가)-매개체(모델)-청자(관람자)’의 구조다. 청자와 소통을 잘하기 위해 선택한 모델과 또 소통을 잘해야 하는 흥미로운 과정이다.


    물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가가 대체 어떤 이야기를 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나 하는 점이다. 우리는 필히 할 말이 있어서 카메라를 들었을 것이고, 그러한 의사소통은 결국 상대방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일어난다.


사후에 전설적인 사진작가가 된 비비안 마이어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자아를 탐구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카메라를 들었나. 그 말을 하기 위해, 모델과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리하여 결국 공감하고자 하는 무리는 어떤 무리인가. 좋은 사진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좋은 사람의 말은 따뜻하다. 좋은 사진가는 오늘도 온기 어린 할 말이 있어 카메라로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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