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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광과 측면광에 관한 고찰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를 보고

    추리 소설을 보다 내용 중에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가 언급됐다. 다시 보고 싶어 구글 아트 앤 컬처(80여 개국에 있는 문화 기관 2,000곳 이상의 원본 예술작품을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전시한 서비스)에 들어갔다. 꽤 확대가 가능해 이리저리 살피다 든 생각이다.


Nighthawks by Edward Hopper 1942


    고독감이나 불안, 혹은 긴장을 느끼는 존재인 ‘혼자 있는 남자’가 있다. 그는 측면광을 받고 있다. 반면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는 딱히 불안해하는 것 같지 않다. 그는 정면광(에 가까운 빛)을 받고 있다.


혼자 있는 남자


    우리가 타인을 인지할 때, 그 관계 인지의 긴장감은 그림자에서 나온다. (여기서 긴장이라고 표현한 것은 표면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내면에 숨겨져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해서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타자의 그 숨기는 행위고독감과 연결되게 되는 등까지의,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라고 하는 측면을 아우르기 위해 선택한 단어다.)


    사진을 촬영하며 대상을 측면광으로 표현하는 이유는 빛이 다가오는 반대쪽에 그림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는 그 그림자가 대상이 가지고 있는 표면적 피상을 넘어서서 내면에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서는 역광을 사용해서 극대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반면 정면광으로 대상을 환하게 비추어서 표현할 경우도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림자는 대상의 내면을 피상적 해석 너머에 묻어놓고 냄새를 피우기 위한 도구다. 정면광을 통한 표현은 그 도구를 활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드러내는 방법을 통해 내면을 감춰놓겠다는 의지다.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


    어찌 되었든 전통적인 화법으로는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대상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방식이 종종 활용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역설적으로 활용해서 대상의 내면을 그림자 따위로 손쉽게 표현해버리지 않겠다고 하는 반항심이라거나, 혹은 피상이 곧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도전을 통해서, 그림자 없이도 대상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표현하려는 시도 또한 흥미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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