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하츠우리(初売り)와 스마트폰

by 나는나비

신정을 쇠는 일본은 연말연시가 일 년 중 최대 명절이다.

공공기관이나 일반 회사는 12/29-1/4까지 쉬는 경우가 많다.

연말연시 중에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슈퍼, 음식점 등등 모든 업종의 가게가 평소와는 다른 영업시간으로 운영을 하기 때문에 외출하기 전에 영업시간 확인은 필수이다.

특히 은행의 ATM 역시 휴업을 하기 때문에 현금이 필요한 경우는 미리 뽑아 둬야 한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연말연시 영업 중지를 알리는 안내를 보고서도 설마 은행 ATM이 문을 닫겠어?? 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다가 막상 현금이 필요할 때 돈을 뽑지 못해 무지 고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스마트 폰이 없어서 바코드 결제도 안되고 신용카드도 없어서 오로지 현금 결제만 했었는데 은행에 돈이 있어도 뽑을 수가 없어서 얼마나 답답하던지..


연말연시의 빅 이벤트로 말하자면 12월 31일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과 1월 2일의 하츠우리(初売り)가 있겠다.

홍백가합전은 한 해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던 가수들이 나와서 무대를 한 다음 현장에 있는 심사 위원들과 관객들, 시청자들에 의해서 홍팀(여성팀)이 좋았는지 백팀(남성팀)이 좋았는지 투표를 해서 승패를 가리는 게 룰인데 사실 승패보다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벤트 중의 하나로 모두가 일 년 중의 마지막 날을 기념해서 축하를 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사실 NHK의 출연 심사는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아무리 인기가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거나 안 좋은 소문이 있으면 출연을 할 수가 없다.

실제로 (구) 쟈니즈 그룹인 사람들은 사건이 공론화된 뒤에 홍백가합전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홍백가합전에 출연한 사람들은(이건 심사위원이나 사회자들도 마찬가지) 국민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데다가 대중적으로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뜻이기에 다들 영광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일본 전 국민이 시청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인지도를 더 높이기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매년 한국 그룹들도 출연을 하기 때문에 올해는 누가 나올지 나에게도 큰 즐거움이다.



1월 2일의 빅 이벤트는 하츠우리(初売り)이다.

우리말로 하면 첫 판매, 첫 개시 그런 뜻인데 비싸서 평소에 잘 못하는 물건들 주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집 등등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럭키백으로 알려진 후쿠부쿠로(福袋)도 이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집은 이번 기회에 에어컨 2대를 교환하기로 했다.

일본 집의 냉난방은 주로 에어컨으로 하는데 현재 쓰고 있는 에어컨이 올해로 12년 정도 되어서 거의 수명이 다 되어간다.

한 여름이나 한 겨울에 갑자기 고장이 난다면 업체 예약을 하기도 힘들 거 같아서 이번 기회에 조금 저렴하게 사서 미리 교환을 하려는 생각이다.


그리고 올해 중학교 들어가는 아이에게도 스마트폰을 사주었다.

사실 연말에 통신사에 가서 미리 요금제와 기계 값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 내가 통신사를 갈아타고 아이와 같은 통신사에서 스마트 폰을 구입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가격이 저렴해지기에 성격이 급한 나는 12월 31일 저녁에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을 했다.

하츠우리까지 기다릴까 하다가 현재의 통신사 이벤트가 하츠우리라고 해서 특별해지지 않을 거 같아서 급하게 12월 31일에 신청했다.


1월 1일 통신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신분증에 있는 주소와 계약하는 주소가 다른 다는 이유로 심사가 통과되지 못했던 것이다.

신분증에는 맨션 이름이 생략된 주소로 등록이 되어있는데 계약하는 주소에 맨션 이름을 다 적은 것이 주소 불일치의 원인이었다.

결국 신분증의 주소로 바꿔서 재 신청을 했다.


1월 2일 심사가 통과되고 1월 3일 발송, 1월 4일 배송 일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1월 2일에 에어컨 사러 간 김에 통신사에 들어서 신청을 했으면 당일날 핸드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는 핸드폰이 언제 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결국 1월 4일에 스마트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일본어 속담 중에 急がば回れ라는 말이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다.

나는 종종 뭔가에 꽂히면 앞뒤 안 가리고 돌진하는 부분이 있는데 급할수록 한 번 멈춰보고 이게 맞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일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든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

급할수록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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