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를 읽고
유독 책을 좋아하는
작가들이 있다.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의 저자
장석주 시인 역시 다독가이다.
일단 쓰려면 먼저 읽어라!
라고 말할 정도로
책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그는,
특히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고할만한 스타일의
글쓰기 책을 내어 놓았다.
따라서 이 책은 글쓰기 책이지만
책의 곳곳마다 저자가 가려뽑은
쓰기에 도움이 되는 인용문이 넘쳐난다.
특히 작가가 되는 길을
밀실-입구-미로-출구로
표현하고 있는 게 재밌었다.
밀실에서 혼자 책을 읽던 사람이
글쓰기의 입구에서 좌절했다가,
또한 글쓰기의 미로에서 헤매다가
결국 작가라는 출구에
이르게 되는 과정.
그 중간중간 과정에 담긴
문제점과 해결책을
자신만의 방법과
선배 작가들의 책들을 통해
소상하게 풀어내고 있는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글쓰기 지망생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만한 책이다.
읽기와 쓰기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둘은 하나이다. 혹은 왕성한 책 읽기는 글쓰기의 최소 원칙이다. 독서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글쓰기의 세계로 이끈다.
책을 읽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결국 작가가 된다.
하지만 모든 독서가들이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걸까?
그들이 읽은 책의 목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일관된 '맥락'에 따라
책을 골라 읽는 습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맥락이라는 것은
책과 책 사이의 연결 고리를 말한다.
베스트셀러나 추천도서를
의미 없이 쭉쭉 읽어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주제와 목적의식을 가지고
책을 선별하고 읽어나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읽는 사람들은
이 책과 저 책 사이의 연관성 아래
책을 읽게 되는 것.
맥락의 독서법은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깊게 만든다. 이런 독서가는 상당한 수준의 지적 체계를 정립한 자로 작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작가라는 것은 결국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게
있는 사람이다.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세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궁금해하며 책을 읽는 사람은
결국 작가가 된다.
그러니 쓰기 전에 먼저,
열심히 맥락에 따라 읽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스타일이다.
글쓰기에서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것은 문체다.
그렇다면 문체란 무엇일까?
문체는 당신의 존재증명이자 당신이 살아서 뭔가를 했다는 물증이며, 당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패스포트이다. 문체란 자기만의 어조,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이다.
문체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낸다.
따라서 좋은 글을 쓰려면
무엇을 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다.
스타일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책의 후반부는 이러한 문체, 스타일을
작가들마다 분석해놓고 있다.
그중 재밌는 것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문장은 감각적인 디테일이다.
김연수는 사물과 사람을
감각의 그물로 포획해서
디테일이 풍부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강건한 탐미주의의 문체
김훈의 문장은 사실에 입각해서
사실을 전달한다.
그의 문체는 매우 건조하다.
의도적으로 형용사와 부사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때때로 금욕주의자 같다.
감각적인, 너무나 감각적인
문장을 쓸 때 재즈의 기분 좋은
리듬을 살려 쓰는 작가다.
하루키의 문장들은
자유롭고 경쾌한 흐름을 탄다.
그는 자신의 소설을 독자에게
재즈 공연처럼 들려준다.
글쓰기 책이지만
인문학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책은
특히 인용되는 작가들을
잘 알고 좋아한다면 더 반갑다.
정말 쓴다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
읽는 것의 반,
아니 반의반의반 만큼만이라도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책 리뷰 하나 쓰는 것도
너무 진이 빠지는 나로서는
한 권의 책을 내는 작가들이란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도했었다
실패했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라
더 잘 실패하라
-사무엘 배케트-
결국 계속 쓰는 사람만이
잘 쓰게 될 것이고,
마침내 작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