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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May 16. 2022

김영하 작가 <작별인사> 를 읽고





01 어디까지 스포해야 좋을까?



소설 리뷰는 좀 난감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줄거리를 소개해야 할지 단순히 결말만 피하면 되는지

아니면 작가가 감춰놓은 설정까지 모두 포함해서 비밀로 부쳐야 하는지 늘 그 지점이 고민이다.



그래서 이럴 때엔 출판사가 소개하는 줄거리를 참고하는 편이다. 왠지 출판사가 여기까지는 스포해도 됩니다!! 하고 딱 정해놓은 것 같아서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





이게 인터넷 서점에 올라와 있는 책 소개하자 줄거리다. 따라서 여기에 크게 벗어나지 않게 책 소개를 해보고자 한다. 그러니까 <작별인사>는 '삶이 뒤흔들린' '한 소년'의 성장 드라마인 셈이다.








02 작별인사 줄거리



2100년에 가까운 미래, 한국에 한 소년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인공지능을 계발하는 과학자이다. 세상은 위험천만하게 돌아가지만, 소년은 안전한 과학자 숙소에서 외부와의 접촉 없이 편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난데없이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고, 거기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면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게 되는데...








03 다양한 SF소재가 등장하는 소프트 SF 소설

(여기는 아주 살짝 스포가 있습니다)




<작별인사>는 김영하 작가가 아마도 처음 쓴? sf 장편소설이다. 사실 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봐서 미래를 다뤘다고 하길래 설마설마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sf소설이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나오고 클론도 나오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인간과 로봇과의 투쟁도 나온다. 정말 전통 sf라 할 수 있겠다.




평소 sf 소설을 즐겨보는지라 이런 설정들이 낯설진 않았다. 사실 낯설지 않고 너무 친숙해서  어...어.... 이런 설정 나도 아는데!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먼저 사람과 닮은 인공지능이라는 설정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의 태양> 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데, 구체적인 설정은 완전히 다르다.




또한 <작별인사> 속에서 로봇들은 거대한 통합적인 의식, '집단 지능'에 포함되기도 한다. 이런 설정 또한 유명한 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에도 등장한다. 또한 sf소설가 켄 리우의 단편에서도 인간들이 자신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하여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 sf 소설을 많이 본 독자들은 아.. 이런 설정 어디서 본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 것 같고 sf 소설은 별로 보지 않았지만 김영하 작가를 좋아해서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는 설정이 ... 너무 독특한데?! 좀 버거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재의 SF 소설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반갑더라고요^^)








04 작별인사의 특별한 캐릭터, 달마와 선이



하지만 <작별인사>는 그렇게 흔하디흔한 sf 소설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 소설의 작가가 누군가! 김영하 작가란 말이다! ㅎㅎ




김영하 작가는 자칫하면 sf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주제의식. 로봇에도 의식이 있을까? 혹은 로봇과 인간이

대결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문제에 빠지기보다는 불교 사상을 접목시킨 '달마'라는 로봇 캐릭터를 등장시켜 소설의 재미를 높인다. (이 캐릭터 아주 마음에 들더라고요 ㅎㅎ)








인생은 고통이다. 살아있는 존재에겐 고통뿐이다. 라고 말하는 인공지능 로봇 달마.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불교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 결론은 너무나 비극적이다. 그는 세상의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달마와 반대편에 서있는 또 다른 매력 캐릭터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선이다. 그녀는 주인공이 수용소에서 만난 소녀로 죽음을 맞이한 인공지능 로봇, '민이'의 부활을 염원한다.







의식이 있는 존재는 고통뿐이므로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달마와 다르게, 선이는 의식 있는 존재가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 의미를 발견하는 여정은 이야기의 형태로 변주되곤 하는데 더 깊은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으면서 이해하고 감동하는 게 좋을 것 같다.










05 SF 소설이지만 역시 김영하 작가다운 소설



이 신간도서를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가 SF 소설에 관심이 많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SF 소설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가 있어 잘 차려진 SF 뷔페를 먹는 기분이랄까 중간 길이의 장편소설 안에 이 모든 걸 다 넣을 수가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별 인사>는 2019년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했던 중편소설에 덧붙여서 만들어낸 장편소설이다. 원래 제목은 <기계의 시간> 하지만 김영하 작가는 이번에 <작별 인사>로 제목을 고쳤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김영하 작가의 이제까지 소설 중 가장 좋았다. 계속 SF 소설을 쓰셔도 왠지 좋을 것 같고 찬성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 ㅎㅎ 가독성 좋고 재밌는 한국 장편 소설로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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