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이국에서> 를 읽고
한국 소설계의 독보적인 작가,
이승우 소설가
한국엔 참 좋은 소설가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독보적인 작가를 한 명을 꼽자면 이승우 작가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가 만들어내는 소설 분위기는 탁월해요. 철학적이기도 하고, 신학적이기도 하며, 가끔은 말장난 같기도 하죠.
매끄럽게 읽히진 않지만, 다 읽고 나면 곱씹고 싶게 만드는 마력의 문체를 가진 작가. 바로 이승우 작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체가 매력적인 철학 소설 추천
이승우 작가의 신간 도서 <이국에서>는 제목처럼 낯선 이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름도 바꾸고, 신분은 숨기고. 자신의 존재를 지워야만 했던 한 남자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에요.
황선호는 되도록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일 자기가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는 타인이기 때문이다. 타인은 모르는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상상은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허전한 일이다. (한국 소설 추천 <이국에서> 8p)
소설 초반에 나오는 이 문장만 읽어봐도 <이국에서>의 분위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논리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문장이 이어지죠. 그러면서 주인공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성찰하게 되고요.
그래서 어떤 분들은 소설이 '어렵다'고도 느낄 것 같아요.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문장들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런 점이 바로 이승우 작가의 매력입니다! ㅎㅎ)
인생은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
이승우 작가의 <이국에서>는 이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도 닮아 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소외가 발생하고, 공동체가 폭력적으로 개인을 억압하며, 우리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선택을 강요당하죠.
중요한 결정을 해야 했을 때 우리 어머니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있어요.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 남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을 기억했어요. 그래도 항상 어려웠어요. 왠지 알아요?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거예요. (한국 소설 추천 <이국에서> 352p)
하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결국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의 중심엔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존재하죠. 우리는 늘 오해하곤 합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말이죠.
막연하게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승진하면 좋겠다.. 고 생각 하지만 사실 진짜 원하는 건 불안하지 않은 마음, 혹은 평온한 마음일지도 몰라요. 이국으로 떠난 후에야 비로소 깨달은 주인공처럼 말이죠.
"머물거나 떠돌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 그 무한성에 대한 마스터피스" (한국 소설 추천 <이국에서> 책 소개 중에서)
이승우 작가는 <이국에서>를 통해 이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소외와 희망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소설의 결말은 삶을 해탈한 것 같은 자유가 느껴지는데요. 그런 해방감을 원하신다면 신간 도서 <이국에서>를 추천드립니다. 자신의 맨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실 거예요.
기억하고 싶은 문장
삶이 불안정할 때 삶의 불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길고 글쓰기는 잦다. 삶이 안정할 때 삶의 안정함을 토로하는 글은 짧고 글쓰기는 드문드문하다. .. 어떤 글은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자기 운명에 대해 하는 예언이 되기도 한다. 56p
눈을 가리는 것은 자기를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신의 광채 앞에서 누가 자기를 감출 수 있단 말인가) 자기에게서 신을 감추기 위해서다. 자기 눈을 가리는 것이 자기에게서 신을 감추는 인간의 방법이다. 자기 눈을 가리는 것 말고 신의 얼굴을 피할 방법은 없으니까. 102p
그는 문득 자신이 이 도시에 초대받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초대를 받아서 온 것이라는 생각은 아버지는 달에 가셨다는, 어머니의 말이 그에게서 궁금증을 완전히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예감의 사주를 받아 표면으로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억지로 누르고 있게 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254p
당신은 결코 우연히 온 것이 아닙니다. 뜻 없이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유동하는 기운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한데 뭉쳐 구체적인 물질과 사건을 만든다고 스승은 말했습니다. 초대받았다는 말은 당신이 그냥 했을리 없습니다. 28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