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디저트를 좋아한다. 고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은 참을 수 없다. 디저트라면 뭐든지 좋다. 꼭 밥을 먹고 나면, 디저트를 먹어줘야 한다. 언제나 마찬가지다. 크림과 커피시럽이 들어간 촉촉한 티라미수 같이 특별한 디저트도 좋지만, 없다면 얇고 투박하게 썰린 판 초콜릿 한 조각 정도도 괜찮다.
어찌 됐건 디저트는 꼭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디저트는 사실, '당연한' 문화는 아니었다. 디저트라는 용어는 프랑스어 'desservir' 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식후에 식탁을 치우다'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17세기까지 달콤한 음식을 대접하려고 식탁을 치우는 일은 없었다. 음식들이 연달아서 상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뷔페처럼 많은 음식들이 동시에 상에 차려졌다. 그러니까 스테이크 옆에 당당하게, 커스터드푸딩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인 식사에서 달콤한 음식만 분리해 '디저트'라 부르기까지는 수세기라는 시간이 걸렸다. 아마 19세기쯤이라고 추측된다. 이 마지막 코스를 부르는 말은 다양했으나, 대부분 '작별'을 의미했다. 그중 하나인 이슈 드 타블 issue de tale 은 테이블을 떠난다는 뜻을 나타낸다. 이렇듯 영국에서는 '디저트'라는 말보다 '후식' afters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국인들이 특이한 것은, 디저트를 총칭해서 '푸딩'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케이크든 진짜 푸딩이든 모두 푸딩인 것이다.
베이킹 오븐의 신세계
이렇게 디저트를 대중화시킨 데에는 '가스 혹은 전기 오븐'의 역할이 컸다. 1826년, 영국 발명가 제임스 샤프가 가스스토브를 발명한 이후, 많은 도시의 가정에서는 새 가스 오븐을 주방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가스 오븐 전까지 요리사들은 오븐의 온도를 가늠할 수 없었다. 레시피들은 느슨한 오븐, 빠른 오븐, 민첩한 오븐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새로운 오븐엔 '온도 조절 장치'가 달려있어 누구나 손쉽게 빵을 구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계량 장비들도 발전했다. 철사로 된 거품기 덕분에, 더 이상 나뭇가지 묶음을 들고 한 시간 넘게 머랭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더 좋은 계량 도구도 등장했다. 19세기 후반, 계량컵과 계랑스푼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레시피에서는 와인잔 가득. 혹은 '충분히' 란 용어를 사용했다. 하지만 계량컵이 등장하면서, 정확한 레시피를 통해 맛있는 빵을 구울 수 있게 되었다.
초콜릿의 변신
의외로 초콜릿을 디저트로 먹은 역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물론 16세기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유럽으로 카카오 콩을 들여오면서 유럽 사람들 역시 초콜릿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음료로만 취급되었으며, 베이킹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19세기 후반, 네덜란드, 스위스 등의 화학자들이 카카오 콩을 가공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코코아 가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판형 초콜릿이 세상에 나왔고, 자연스레 초콜릿 디저트도 더욱 많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당연히 초콜릿으로 만드는 디저트 중 일부는 원래 당밀을 이용해 맛을 내고 그 특유의 어두운 색을 내었다고 한다. 대표적인 빵으로 마블 파운드케이크가 있다. 이 소용돌이 패턴은 바닐라와 초콜릿 반죽으로 만들지만, 20세기 전에는 짙은 부분을 초콜릿이 아닌 당밀과 흑설탕으로 만들었다. 맛있는 '브라우니' 또한 원래 당밀로 만들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다채로운 케이크의 세계
케이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먹는 부드럽고 고상한 케이크들은 19세기에 등장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치즈 케이크는 치즈와 꿀로 만든 납작한 원반 모양이었다. 또한 예전엔 향신료도 듬뿍 넣었다. 16세기엔 출산한 여성의 건강을 위해 엄마가 후추를 넣은 과일 케이크를 선물하는 게 인기였다고 한다.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9세기 오븐 기술이 발달하면서, 특히 시골에서는 케이크를 능숙하게 굽는 기술이 요리 실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다고 한다. 젊은 스칸디나비아 처녀들은 결혼하기 전, 종류가 다른 케이크나 쿠기 일곱 개를 완벽하게 만들 줄 알아야 했다. 스웨덴의 시골 지역에서는 각기 다른 케이크를 열다섯 개에서 스무 개 정도 구워서 친구들에게 '케이크 테이블'을 접대하는 게 전통이었다. 맙소사.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 참 다행이다.
가장 놀라웠던 케이크는 '바움쿠헨'이다. 바움쿠헨은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하며 특별한 행사 때 즐겨 먹는 케이크가 되었다. 이 케이크는 회전하는 쇠꼬챙이에 반죽을 부어가며 만든다. 그래서 모양이 여러 겹이고, 이 꼬챙이를 빼내면 가운데 구멍이 생긴다. 이 당시엔 그 속에 참새와 같은 작은 새를 집어넣고 꽃다발로 입구를 막는 게 관행이었다. 식탁에서 케이크를 올리고 꽃을 제거하면 새가 날아오르면서 손님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냥 디저트를 먹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디저트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알고 먹으면, 확실히 더 맛있다. 오늘도 달콤한 브라우니를 입안에 넣으며 생각한다.
이 맛있는 것을
예전에는 흑설탕으로 만들었다니!
초콜릿의 꾸덕한 맛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놀랍기만 했다. 이렇게 유럽 디저트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 <디저트의 모험>을 추천한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황홀한 디저트 사진만 봐도 눈이 절로 즐거워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