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을 읽고
내 앞에 버터로 볶아 맛을 낸 줄기콩 요리가 놓였다.
구운 파프리카 향이 코를 자극했다.
"먹어!" 방 한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리에 일어나는 것은 금지다!
입 다물고 앉아 있어라!
음식에 문제가 있다면 독이 빠르게 퍼질 것이다!"
나는 집에 온 것처럼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콜리플라워 향이 가득한 식당에 앉아
라디치오를 아삭아삭 씹었다.
요거트 한 스푼을 올린 케이크는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비정한 달콤함을 마음껏 음미했다.
나는 죽고 싶었다.
지난 수개월 내내 나는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일어서는 대신
바닥에 엎드린 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살고도
더 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는 각자 가져온 음식을 꺼내놓았다.
두 장의 행주 위에 가져온 음식을 펼쳐놓고
샌드위치를 함께 먹었다.
짐칸에 갇힌 사람들끼리도 '인간다운 식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