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을 먹다

칸트는 애주가였다?!

<철학자의 뱃속>을 읽고

by 여르미


가끔은 남들이 뭘 먹는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향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이 같으면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더욱 반갑다.



그렇다면 세상 똑똑한 철학자들은

어떤 음식을 좋아했을까?



철학자들이 좋아했던 음식을 통해

그들의 사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철학자의 뱃속>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책이다.

이 책은 철학자의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

그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따라가 본다.





가령 니체는 소시지를 좋아했다. 넉 달간 먹을 연분홍빛 햄 6킬로그램을 주문해서 소시지들을 가는 끈으로 엮어 벽에 걸어 두었다. 묵주처럼 걸려있는 소시지 아래 앉아 책을 쓰고 있는 니체라니. 너무 귀엽지 않은가!





한편 먹는 게 예민한 철학자들도 많았다. 가령 스피노자를 살펴보자. 그의 전기를 보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는 버터가 들어간 우유 수프에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살았다. 또 어떤 날은 포도와 버터를 곁들인 곡식 몇 알만을 먹기도 했다." 음. 대체 어떻게 그것만 먹고 사는지.




음식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 태도를 보였던 사상가들도 있다. 프로이트는 습관처럼 매일매일 소스만 살짝 바꿔가며 포토푀만 먹었다. (pot au feu. 쇠고기와 뼈를 채소 등과 함께 고아 만든 육수)



이처럼 미식을 거부하는 건 개인 취향이긴 하다. 하지만 미식을 즐기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의 스타일, 책, 성격과 전혀 무관하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음식이 주는 맛의 기쁨을 거부하는 것. 그것은 어떤 형태이든 금욕주의와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철학자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까다로운 사람들 ㅋㅋ)




칸트



한편 철학자 중 최고로 어려운 칸트는 삼십 년 동안 술을 마셨다. 선술집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애주가이자 미식가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럴 수가,

'순수미식비판'이 나오지 않았다니!

(칸트는 3대 비판서,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을 쓴 걸로 유명하다)



칸트는 늘 취해 있었다. 그에게 만취란 '경험이 따르는 법칙들에 의해 감각적 표상에 질서를 부여하지 못하는 상태, 즉 본성에 반하는 상태'이다. 또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내면을 해방시킨다.



칸트는 자기를 잊게 해주는 이 기술이 우리를 거친 세상으로부터 잠시 도피시켜준다고 했다. "적어도 취했을 때만큼은 인간이 태생적으로 매 순간 이겨내야만 하는 생의 장애물을 느끼지 않는다"



한편 그는 다양한 술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과묵하게 취하는 증류주, 활력을 주는 와인, 포만감의 맥주." 또한 이런 말도 했다. "와인 파티는 사람들을 즐겁고 떠들썩하고 수다스럽게 한다. 반면에 맥주 파티는 사람들을 꿈속에 빠뜨려 가두려는 경향이 있고 늘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다."




또한 그는 혼자 밥 먹는 행위가 건강에 해롭다고 판단했다. '혼밥'을 피하고자 한 것이다. 점심에 초대한 손님이 오지 않자 칸트는 하인에게 말했다. "집 앞으로 지나가는 첫 번째 사람을 식사에 초대해게, 주인이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마지막으로 칸트의 점심 식사를 살펴보자.


절대 9명을 넘기지 말 것 (뮤즈의 수)
네다섯 시간 동안의 점심식사
일일 일식 (점심만 먹음)
세 가지 음식과 치즈, 버터
유독 영국산 치즈를 즐겼다고 한다.
연한 레드 와인을 주로 마셨다. 주로 메독 Medoc.




루소




루소는 금욕적인 식생활의 대표적 철학자다. 그는 음식을 꽤나 경시했다. 그러면서도 원시적 삶을 끊임없이 그리워했다. "나는 시골 밥상보다 더 귀한 것을 알지 못한다. 신선한 유제품, 달걀, 채소, 치즈, 갈색 빵. 그만한면 괜찮은 와인, 사람들은 언제나 이런 음식들로 나를 잘 대접해준다."




또한 그에게 미식이란 불필요한, 사치스러운 것이었다. 퇴폐와 타락의 증거기도 하다. 그의 영혼은 매우 서민적이었기 때문이다. "부르주아 식사에 고기 국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수의 가난한 자들이 먹을 수프가 없는 것이다."



루소의 음식 취향은 그의 책 <누벨 엘로이즈>를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이 책에서 루소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보면 그가 어떤 성격인지 단서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인간은 곧 그가 먹는 것이다.



또한 같은 책에서, 그가 선호하는 음식도 나온다. "감각적이면서도 맛있는 식사를 추구하는 그녀는 고기도, 소금도 좋아하지 않았다. 신선한 야채, 계란, 크림, 과일이 그녀가 즐겨 먹는 일상적인 음식이었다."



우유에 물과 빵이 더해져 몸에 좋은 음식 삼위일체를 이룬다. 루소는 소금을 거부했다. 정확히 말하면 소금을 만들어낼 때 필요한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다. 몸에 좋지 않은 맛이란 꾸며진 맛, 인위적인 맛이다. 그렇다면 루소가 생각하는 최상의 음식은 뭘까?



바로 우유다.



그에게 우유는 순수한 것, 건강한 것, 진실한 것, 자연스러운 것을 대표하는 기적의 양식이었다고 한다.





알코올 중독자 칸트와 채식주의자 루소.

이제 이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리 어려운 철학을 말하는 철학자들도

결국은 인간인가 보다.

우리처럼 먹고 마시고, 혼밥 싫어하고,

자연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이렇게 철학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읽다 보면

그들의 사상도 조금은 더 가깝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먹는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나는 칸트를 어려워한다. 나랑 안 맞는다.

그래서 칸트가 먹는 걸 보니..

역시나 먹는 것 또한 안 맞는다. ㅋㅋ

난 혼밥을 좋아하며..

무엇보다 술은 맥주파다!

(칸트는 맥주를 입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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