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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르미 Jan 12. 2021

내가 가장 사랑하는 철학자

<데이비드 흄>을 읽고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순위는 늘 바뀌지만,

요즘엔 주저 없이 이 분, '데이비드 흄'이다.

뭐랄까. 사상적으로도 훌륭하지만

그의 삶 자체도 매력적이다. 닮고 싶다.


철학자들은 왠지 똑 부러져 냉정할 것 같은데

이 분, 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인간적인 철학자'이다.





흄은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당시 에든버러는 지식의 중심지로,

걸출한 근대 사상가 두 사람을 배출한 도시다.


한 명은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다.

나머지 한 명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흄으로 사실 철학 밖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철학자들 사이에서만큼은 최고의 철학자로 자주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 책 '클래식 클라우드'는 여행 시리즈다.

흄과 똑같이 영국 철학자인 저자는

흄의 인생을 따라 여행을 떠난다.


그가 태어났던 도시를 돌아보고,

그가 일했던 변호사협회 도서관도 가본다.

그의 삶과 사상이 걸었던 길,

즉 그의 인생을 차근차근 짚어간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책 답게, 사진과 그림이 잔뜩 실려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




철학은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흄은, 젊은 시절 스토아학파에 끌렸다.

스토아학파는 주로 '평정심', 즉 이성을 중시하고

동물적인 본능을 멀리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보면 알겠지만,

무척이나 힘들다.


흄은 훗날 "영혼이 초토화되었다"라고 썼다.

그리고 결국 그들을 비판했다.

'위선적'이라는 것이다.

흄이 보기에 스토아학파는 지나치게

'완벽한 인간'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현명한 사람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 위에'

행복의 토대를 두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행복은 무균실에서 자라지 않는다.

불행할 거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을 인생에서 잘라낼 수는 없다.






따라서 극단은 금물이다. 


이성을 과신할 필요도 없고,

본성을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경험을 초월하는 궁극적 실재,

'형이상학적'인 생각은 중단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흄에 따르면, 이러한 고매한 주제들은

'시인과, 성직자, 정치가들'에게 알맞다.



우리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들,

보통의 삶과 일상의 경험,

그리고 실천과 관련된 주제를 탐구해야 한다.





자아는 없다




흄의 사상 중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면

나는 '자아는 없다' 와 '자유의지는 없다'를 꼽고 싶다.

모든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변한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도무지 같은 구석이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겪으면서도

우리는 대개 자신이 전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흄은 자신을 한 번 꼼꼼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 안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나의 '지각'이 있다.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나는 반짝이는 컴퓨터와

바쁘게 움직이는 내 손을 바라본다.

순간, 오늘 저녁은 뭐 먹지.. 하는 생각으로 흐른다.






이런 나의 머릿속에는

어떤 난쟁이 같은 나 자신이 있는 걸까?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없다.

자아는 이 모든 생각과 감정에 불과하다.


자아는 단순히, 경험들이

질서 있게 모여있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아란 없다.

자아라고 생각했던 것은 실제로

덧없이 사라지는 경험의 흐름일 뿐이다.



우리가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기껏해야 그 어떤 주체도 없는
생각과 감정의 다발에 불과하.


기억, 지각, 그리고 욕망 같은 것들이 모여

나 자신을 만든다.

그 중심엔 아무것도 없다.

사실 이런 관점은, 현대 뇌과학에서

주장하는 것들과 많이 닮아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가 '흄'이기도 하다.






잔잔한 철학자




한편 흄은 참 잔잔하고 소소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그는 행복을 이렇게 말한다.



지금 내게 가장 어울리는 것은
책과 따뜻한 난롯가뿐이다.



다른 편지에서는


나는 야망도 없고, 쾌락의 기쁨도 버린 금욕주의자,
매일 한가로운 산책과 독서와 게으름에 빠져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져 버린 은둔자.



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참 귀여운 철학자 아닌가?


독서에 느긋하게 빠져 누구와 다투지도 않고

욕심 없이 살아가는 그를 생각해 본다.



느긋해 보이는 흄(좌) 동상은 너무 날씬하게 만들었다 ㅎㅎ(우)




사실, 형이상학적인 문제들,

이성이 뭐고 물자체가 뭔지 알게 뭔가.

사는데 그런 건 하나도 도움 안 된다.



그러니 현명한 철학자인 흄을 따라,

그의 말대로 한 번 살아보자.

너무 진지하게 생을 숙고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본성에 이끌려 막살지도 말자.



그리고 언제나 나를 강력하게 지배하는 건 '감정'임을,

또 기억하자.




한마디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보다 운이다.
인간의 생이란 진지한 일이 아니라
지루한 취미에 더 가까우며,
일반 원칙보다 일시적인 기분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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