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에이징 말고 뷰티풀에이징!

<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을 읽고

by 여르미



사실 매 순간순간마다 내가 마흔이라는 걸

느끼진 않는다.

그건 아주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순간

짠 하고 다가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브런치 회원 가입을 하려고 하는데

내 출생연도를 클릭하려면

아주아주 기나긴 스크롤을 거쳐야 한다든지

혹은 1992년생인 내 동생이 벌써

서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든지 하는.

그런 순간들이 닥치면 나는 깨닫곤 한다.




아. 나 진짜

마흔이구나.




<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은

이런 마흔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독일의 광고쟁이이자 에세이스트라는

소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에서 저자는 마흔을 꽤 유쾌하게 그린다.




저자 이력이 너무 재밌어서 좀 더 들여다보면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자기 계발서 지침들을

그대로 따라 해 보며 옥석을 가려낸

<기왕 사는 거 행복한 게 낫겠어>가 있고

삶에서 자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죄다 몰아내기로 결심하고 시도해본

<인생의 똥차들과 쿨하게 이별하는 법> 등이 있다.

이런 프로젝트들을 진행해보면서

저자가 깨달은 바는 다음과 같다.




더 이상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마흔이나 먹었는데, 더 이상 낭비할 시간 따위

어디 있겠는가.

그런 거 없다.

특히 멍청한 사람들이나 바보 같은 일.

그런 것들에 얽혀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느니 차라리 온종일 소파에서 빈둥대거나

캔디 크러시 게임을 하겠다!)





이 책은 이렇게 마흔을 맞이하여

쿨하게 나이 든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나이 드는 것에 어떤 멋진 면이 있는지

가볍고 발랄하게 살펴본 생활밀착형 에세이다.





마흔이 되면 줄어드는 것:

바보들에 대한 인내심





나도 요새 이걸 느낀다.

하아. 정말 요새는 바보들을 못 참겠다.

이 책에도 그녀의 직장동료들인

여러 바보들이 등장한다.

매사에 누군가를 깎아내리지 않으면

살맛 안 나는 투덜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알아야 직성이 풀리고

끊임없이 태클 거는 참견꾼.

세상이 무너져 내릴까 끊임없이

사소한 것도 걱정하는 탄식 쟁이.





저자는 말한다.

물론 그들이 나쁜 사람들인 건 아니다.

그들에겐 좋은 면도 있고,

그렇게 행동하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 나이에 굳이..

왜 그 이유까지 알아야 하는가!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느니

차라리 다른 걸 하고 싶다!

(옳소!!)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바보들을 못 참아주다 보면

보석 같은 인간도 그냥 걸러낼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사랑스러운 매력은 처음에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들여다봐야 발견되는 보석들을

가끔은 실수로,

바보라고 놓치고 마는 것.

(그래서 참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지 망설여진다.

바보들을 피할 것인가. 적당히 거를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한편 바보들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는 것과는 반대로,

강해지는 것도 한 가지 있다.

저자는 젊은 애들에 대한 참을성

전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말한다.

(나는 별로 안 그런데?? ㅎㅎ)




예를 들면 교통 단속을 하는 젊은 경찰은 분명

꼼꼼하게 벌점을 매기고 차 안을 살필 것이다.

이럴 때 저자는 너그러운 마흔의 웃음을

지을 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래. 그랬지.

(나도 그랬어^^)






마흔이 되면 늘어나는 것:

일상에 대한 애착






나이 들면서 생겨난 현상 중 하나는

변화를 싫어하게 된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일상이 흔들리는 걸

점점 꺼리게 된다.

누군가 우리 집에 와서 장기간 머무는 것.

그런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규칙적인 일과는 안정감을 준다.

누구나 일상의 작은 리추얼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나 의식.

혹은 잠자기 전 샤워하는 순서까지.



모든 것을 늘 하던 대로 하고 싶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도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

규칙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가끔은 냉장도를 털어 즉흥적으로

저녁밥을 해먹기도 하고

여행을 떠날 때 호텔과 항공권만 가지고

무계획적으로 다닐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싫다.

저녁은 미리미리 장을 보고 요리하고 싶다.

여행은 하루하루를 꼼꼼하게

계획 세워 다녀오고 싶다.

그래서 가끔은 예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면 당황스럽다.

(요 며칠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건

까먹고 있었던 아이 어린이집 봄방학이었다.

하아.. 누구한테 봐달라고 하지.. ㅠㅠ

이런 예상 밖의 일이 너무 싫다 ㅠㅠ)






중년의 위기에 대처하는

몇 가지 방법






중년의 위기가 오는 시점은 이제

더 이상 좋아질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 때다.

이제 내 인생 전성기는 지났어.

이제는 나빠질 일만 남았어.

라는 생각이 들 때 사람은 휘청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나갔던 과거로

방향을 돌리고 자꾸만 과거지향적으로 사는 건

잘못된 방법이다.




저자는 주변을 관찰한 결과,

중년의 위기를 맞았을 때 다음 세 가지 길

그나마 바람직해 보인다고 추천한다.




1. 명상, 요가, 불교를 통해 '무욕'의 상태에 이르기.

헛된 번뇌와 욕망을 다 내려놓고

'지금 여기'에 살도록 노력하기.

(불교를 좋아하는 나는 이쪽이다)



2. 미래지향적으로 좋은 변화 만들기.

새로운 일, 경험, 배움을 통해

몸속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기.

(저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3. 마흔의 사람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고, 거기서 위안을 얻기.

마치, 질병에 걸렸는데 회복되고 있는 사람처럼

힘든 날이 곧 지나간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자신에게 잘해주기.





이 세 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중년의 위기를 맞아 인간의 유한성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슬픈 주제이지만

살아갈 힘을 선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제 뭔가를 미래의 어느 순간으로 미루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전에 '언젠가'라는 단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1. 예전보다 더 많이

'지금 여기'에 산다.

2. 예전보다 더 능동적으로

꿈을 좇는다.

3. '여전히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다.






이제는 뷰티풀 에이징!

안티에이징 말고!






사실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좋았는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멋진 멘토들.

즉 롤모델이라는 것이다!



윤여정은 벌써 73세이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곧 여든이 된다.

이들을 보면 희망이 느껴진다.

늘 깨어 있고 열린 태도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는 '젊은' 노인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상냥하고 기품 있으며

'아 저렇게 늙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노인들.

그런 노인들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마흔은 뭐,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

이제부터 시작인 나이지.



지금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더 이상 바보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우아한 뷰티풀 에이징을 추구하는,

청춘보다 더 행복한 중년.




마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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