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주지 마세요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를 읽고

by 여르미



어린시절의 불행과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참 많다.

그건 성공했건 못했건 마찬가지다.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과거의 트라우마는 몸과 마음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마치 문신처럼.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저자는 미국 의사이다.

그는 빈민가에 진료소를 열어

가난한 아이들을 치료하고 있다.

그런데, 그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한다.

ADHD, 저성장, 전반적 발달 장애.

이들은 나쁜 영양상태도 문제이지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쁜 가정환경이었다는 거다.




이들에게 ADHD는 난데없이 생겨난

증상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살인 미수를 목격했거나

가정 폭력을 경험했을 때.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 상처는

몸에서 극렬한 질병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렇다면 극심한 트라우마는

질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스트레스 반응 체계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기전을 알면 좋다.




#1

만약 숲속에서을 만났다고 생각해보자.

뇌는 이렇게 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해!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준비!







그러면 심장이 쿵쾅쿵코캉

동공은 커지고 기도는 열린다.

이제 곰과 싸우거나 달아날 준비를 한다.

이를 투쟁-도피 반응이라 부른다.

이 반응은 우리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천 년에 걸쳐 진화되었다.




#2

한편 곰을 본 우리 뇌의 편도체

즉각 삐뽀삐뽀 경보신호를 보낸다.



곰은 위험하니까 두려움을 느껴야 해!


그러면 뇌는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교감신경-부신수질축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을 활성화해 이루어진다)





#3

이제 뇌는 부신에게 말한다.


아드레날린을 만들라!



짜자잔. 바로 이 아드레날린.

이게 우리가 느끼는 무서움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주범이다.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혈압을 높이고, 지방을 당분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





#4

한편 편도체는 뇌의 CEO인

전전두피질에게 신호를 보낸다.


전전두피질. 너 가만히 있어!



공포가 생기면 전전두피질이 멈춰

명료하고 현명한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대신 모든 에너지는 우리 몸에 집중된다.

(도망가야하니까)





#5

이제 호르몬 차례다.

스트레스의 주범이라 부르는

코르티솔이 콸콸 방출된다.

코르티솔은 혈압과 혈당을 높이면서,

지방 축척과 고지방 음식을 먹게 만든다.

(스트레스 받으면 단게 땡기는 이유)







그래서 집에서 늘 곰을 상대하는 아이들,

즉 스트레스가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의 호르몬을 검사한 결과,

코르티솔 조절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보통 코르티솔은 아침에 증가했다가

저녁에 낮아진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반대였으며,

하루의 평균 수치도 높았다.

계속 몸과 마음이 비상사태였던 거다.






불행에서 벗어나기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흔히 말하는

운동. 그리고 좋은 식습관이다.




운동은 근육뿐 아니라 뇌도 키워준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와 신경세포에

영양제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땀을 흘리는 운동은

몸에게 어떤 경우 싸워야 하는지,

어떤 경우에 그냥 넘어가도 되는지

더 잘 결정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과한 운동은 오히려 코르티솔 수치를 높인다)





또한 좋은 음식도 도움이 된다.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을 먹는 것은

몸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돕는다.

또한 염증을 줄이는 음식들.

오메가2와 과일, 채소 등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

이들은 면역계의 균형을 돕는다.

(뭐.. 너무 상식적인 건강 이야기이긴 합니다 ㅎㅎ)






치유하기 늦은 때란 없다




아이의 뇌는 성장하면서

몇몇 결정적 시기를 거친다.

어린 시기에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나이들어 배우는 것에 비해 훨씬

쉽고 빠르듯이 말이다.





이는 뇌의 신경가소성 때문이다.

신경가소성이 높은 시기,

즉 어린시절의 뇌는 잘 변한다.

보통 여섯 살 무렵까지 가장 빠르게 변하는데

이 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다.

이는 정원사가 나무를 다듬는 것과 비슷하다.

나무를 다듬을 때마다 선택이 필요하듯,

우리의 뇌도 발달하는 데 선택이 필요하다.

이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험이다.

그래서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이 지났다고 해서,

우리 뇌가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시기는

청소년기, 임신 기간, 갓 부모가 된 시기에

일어나는 호르몬 변화이다.

호르몬들은 신경 가소성을 높여 학습을 돕는다.

경험이 뇌 회로에 새겨질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임신기간에 외국어 공부라도 하는건데;;)






불행한, 트라우마 가득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돕자는 목소리는

사실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만 봐도 폭력으로 인해

삶이 망가지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아이를 불행에서, 폭력에서

구해냈다고 해서 그게 다가 아니다.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트라우마가 깊게 새겨지지 않기 위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행은 결국 성인이 되어

육체적, 정신적 질병으로 이어지고 만다.

우울증, 공황장애같은 심리적 질병뿐 아니라

심장질환, 당뇨병, 뇌경색 등등

육체적인 질병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을 생각하고 위하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참 돗보이며

특히, 스트레스 반응이 몸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요런 스트레스 반응 책을 몇 권 봤었는데

이 책이 가장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다)





읽으면서 정인이가 생각났다.

이 땅에 있는 수많은 제2의 정인이들이

하루빨리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잘 치료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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