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를 읽고
유튜브나 sns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기도 하고,
나이도 이제 젊진 않은지라
요즘 젊은이들이 뭘 읽고 뭘 좋아하는지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저자 이슬아 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작가다.
그녀는 독특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는데,
'일간 이슬아'라는 서비스를 통해
월 구독료 1만 원을 내면
매일 독자들에게 짧은 수필을 보내준다.
뉴스도 잘 안 보고 사는 나로선
참 신기해 보였다.
(호오.. 요런 서비스도 있군..)
어찌 됐건, 그래서인지
그녀의 문체는 뭐랄까
굉장히 다듬어진 느낌이었다.
생각나는 데로 툭툭 쓴 게 아니라
한 번 쓴 다음 모난 곳 없게 매끈매끈
그리고 좀 더 생생하게 비유를 붙여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특징이다.
(본인은 솔직하게 쓰지 않았다 쓰셨지만 ㅋㅋ)
굉장히 감각이 뛰어나달까
섬세하달까
시와 산문의 사이랄까
그런 느낌의 문장들이었다.
(한편으론 이런 예민한 감성으로
이 세상 어찌 살아가고 있나 걱정도.. ㅠㅠ
하긴.. 뭐.. 내 걱정이나 해야지..;;)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는
서평 모음집이다.
그녀는 다음 세 가지가 만나는 날
서평을 쓰게 된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생각
나의 가난한 마음
다시 읽는 책
그녀는 나로는 안 될 것 같을 때마다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미세하게 새로워진다고 한다.
사랑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매일 조금씩 다시 태어난다는 것.
한편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작가님들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삶의 스트레스가 심할 때
(뭔가 얻어 갈 거 없나 기웃기웃)
팬심
(좋아하는 작가 전집 읽기 선호)
어찌 됐건 책이 거기 있으니까
(책을 샀다. 눈에 보인다. 그러니 읽는다)
책으로 삶이 변했다.
고 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쪽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변해버린 삶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면서
너도. 음. 변할 수 있어.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하고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이 책엔 17개의 서평이 실려있다.
길이는 제각각인데,
어떤 건 한 장짜리도 있고
대부분 10페이지를 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그중 <전태일 평전>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슬아 작가는 전태일 기념관에서
사랑의 그런 속성을 다시 알아봤다고 한다.
그곳에서 전태일의
사진들 앞에 섰다. 보았다.
그리고 전태일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3D 직종을 전전해온
부모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알바하며 대학교를 다니니
대출 이천오백만 원이 쌓였다.
대출금 갚다가 이십 대 후반이 되었다.
누드모델과 잡지사 기자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한다.
만약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되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프거나 슬프면 일을
쉬어도 되는 시간을 말이다.
우리는 전태일보다는 덜 처참한
노동 조건에서 일한다.
그들이 쓴 역사가 여기까지
힘차게 뻗쳐온 덕분이다.
이슬아 작가는 자신을 연재 노동자라고 소개한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가장 오래 하는 일이 연재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보다 중요한 건 월세와 최소 생활비를 꾸준히 버는 일이었다. 그리고 싶지 않은 만화를 그려서 번 돈과 시간으로 쓰고 싶은 글을 썼다.
전태일과 이슬아 작가와 나. 어쩌면 공통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세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모두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노동이든 고단함은 존재한다. 삶을 갉아먹는 것 같은 서걱거림도. 이렇게 일하다 죽지 않을까 하는 허망함도.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힘듦만 생각했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타인의 시간까지 선물할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그저 나 자신의 시간만을 생각하고 아꼈다. 나눌 줄 몰랐다. 그래서 부끄러웠다.
연재 노동자로 산다는 건
혹은 타인의 노동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건
그런 건 어떤 삶일까?
어쩌면 나는 평생
모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들에 대해 알아가고 생각하게 되면
나는 아주 조금씩 다시 태어나겠지.
이슬아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전태일 평전> 이야기가
가장 무겁고 진중하며
다른 서평들은 가벼운 편이다.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상과 함께
자신만의 스토리를 털어놓는 건
정혜윤 작가의 책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이 책에도 정혜윤 작가의 책이
실제로 나온다.
이슬아 작가의 다른 인터뷰집에서도
정혜윤 작가가 나오는데 아마도 좋아하는 듯)
다만 정혜윤 작가보다
좀 더 다크하고
좀 더 요즘 감성이다.
트랜디하다는 얘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 소설과 에세이 쪽)
조금 색다른 서평집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과 함께
음미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