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합니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고

by 여르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를 읽는 내내

이 시가 생각났다.

류시화 시인의 인생이 딱

그런 모습이었으므로.

그는 넘어지고 쓰러져도

일백번 일어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춤을 추는,

자신만의 시를 써내는 시인.




류시화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자동적으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왜 그리도 마음이 답답했을까.

왜 그렇게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을까.

공부를 하다가 이런 마음이 치밀어오르면

노트의 한쪽 구석에 조그맣게

그의 시를 필사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명상과 마음챙김에 관한 관심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좋고 싫음을 떠나

평온과 고요.

진실로 되고 싶은 삶을 사는 것.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되라





이 책에는 류시화 시인의

대학시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의 팬이라면 참 반가울 것이다)




그는 대학 시절, 돈이 없어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 그와 대조적으로, 늘 깨끗한 와이셔츠에 회사원처럼 다니는 선배가 한 명 있었다. 그 선배는 류시화 시인을 특히 못마땅하게 여겼다고 하고, 자연히 사이가 좋지 않았다.



20년이 훌쩍 지나고, 이 둘은 한 좌담회에서 마주하게 된다. 시인은 선배에게 물었다. 왜 매일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었냐고.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배 역시 류시화 시인처럼 가난해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신문사 편집장으로 일해야 했으며, 그래서 항상 단정한 복장을 해야만 했다고.




그들은 20년 만에 서로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시인은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둘 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몸짓을 다했던 것.

그들의 지향점은 다르지 않았다.

시인은 시인의 방식대로

선배는 선배의 방식대로 했던 것일 뿐.





이 두 길은 다르게 보이지만

사실은 같으며,

동일한 목적지에 이른다.

따라서 추구의 여정에는

두 가지 잘못밖에 없다.



하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

또 하나는 끝까지 가지 않는 것.








누구도 우연히 오지 않는다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삶의 방향을 바꿔놓는 경우도 있다.

어떤 만남은 삶을 뒤흔들어 놓지만

어떤 만남은 잔잔한 파도처럼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살면서 마주친 그 무수한 인연들.

그들을, 당신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인연이

한 권의 이 되기도 하고

영화나 음악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시인은 말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섭리나 계획이 있고,

그것을 일깨우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난다고 믿는다.

지금 내 삶에 그 관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온다.

사람들은 이유가 있어 내 삶에 나타나고

때가 되면 우리는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당신이 내 인생에 들어왔다. 나는 당신을 반갑게 맞이하고 싶다. 우리의 만남은 이 커다란 우주에서 축복과 같은 선물이므로. 어쩌면 이러한 만남만큼이나 이별 또한 의미가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이별이라는 것은, 그 인연이 주는 의미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별이라는 것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성장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당신이 내 삶에 나타나 준 것에 감사한다.

그것이 이유가 있는 만남이든,

한 계절 동안의 만남이든,

생애를 관통하는 만남이든.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당신과의

이별에도 역시 감사한다.








이런 인생을 바라보는 이야기도 많지만

류시화 시인 역시 작가이기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참 많다.




작가들은 참 그렇다.

자신이 글을 힘들게 쓴다는 것을

고백하길 좋아한다.

(나는 단 한 번도, 나는 글을 쉽게 술술 써!

라고 고백하는 작가는 보지 못했다 ㅋㅋ)

시인은 헤밍웨이를 언급한다.





류시화 작가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늘

글을 쓸 때 이 질문부터 시작한다 한다.





결국 이 진실한 한 문장은

작가에게는 소설과 에세이가 되고

우리에게는 인생의 주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런 그에게

작가란 무엇일까?





한편 그는 이 말에 이렇게 덧붙인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입니다.

우리 생이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이며

그다음이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입니다."





나의 인생의 이야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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