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대기 시간에 시도해보는 개방형 혁신 시도
비행기 탈 일이 생겼는데, 기상 악화로 예매한 항공편 운항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기다리는 시간이 발생했다. 짐이 있어 짐을 실은 카드가 보이는 장소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마땅한 장소를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인 A커피숍으로 갔다. 선호하는 곳은 아니지만, 장소가 주는 가치가 결정 포인트였던 셈이다.
그 대가로 커피맛에 대한 선호를 희생했는데, 희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카트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면서 퍼뜩 깨달았다. 영수증을 안 받아왔다. 물론, 영수증에 와이파이 비번이 있을지도 알 수는 없지만
Wifi 비번!
커피를 받는 곳으로 걸어 갔다. 창가의 반대편이다. 커피를 받으로 온 줄 알고, 나를 바라보던 종업원은 'wifi 비번'을 묻는 말에 시선을 아래로 깔며 빛의 속도로 말했다.
여기 앞에 써 있어요!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내 질문이 불편한 듯 보였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물어봤을 것이다. 비번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외우면서 자리로 돌아와서 입력했다. 틀렸다. 다시 그 자리로 왕복했다. 또 틀렸다. 분명 기억이 맞는데 말이다.
종업원의 눈빛의 의미를 되뇌이면서 왜 저 자리에만 비번을 표시해두었을까 싶었다. 창가에는 노트북을 올려놓을 수 있는 훌륭한 설비들이 있었고, 커피맛을 포기하고 이 곳을 선택한 이유가 그것이다.
습관적으로 이 내용을 페북에 올려야지 하다가 좀더 충실한 경험 공유를 위해 popit을 떠올렸다가 다시 모바일과 O2O를 고려한 현대적인 UX에 대해 시리즈를 연재하고 싶은 계획으로 브런치 계정을 만든 기억이 떠올랐다. 브런치를 택한 것은 popit에 3년 정도 연재하는 동안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했으나 없었던 점이 작용했다. 브런치라고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믿져야 본전이니 A/B Test 하듯이 여기 써보려고 한다. (피드백 애타게 기다립니다. ^^)
그건 그렇고, wifi는 연결해야 이 글을 쓸 수 있지 않는가? 하여 무료로 제공되고 비번도 없는 공항 와이파이에 연결했다. 페북은 잘 된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브런치는 접속이 어렵다. 이런 느린 속도로는 접속해도 글을 쓸 수 없다. (글 쓰는데 랙이 걸리면...)
결국은 태터링으로 해결했다. 이 지점을 GA의 이탈 개념과 연결해본다.
wifi 하나 떠난것이 뭐가 대수인가?
고객마다 다르다. 아마 내가 이 불쾌한 경험을 기억한다면, 커피맛까지 손해보며 이 곳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와이파이 이탈이 아니라 대한항공만 100번 탑승한 잠재 고객이 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실랑이를 해가면 이 곳의 종업원에게 비번이 왜 틀렸는지 확인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세상의 쾌적함과 편리함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공간의 많은 분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택했다. 이런 이야기들 말이다.
UX 전문가도 아니면서 감히 정의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의 일화를 공개하면 아래와 같은 짧은 생각을 나누고 대화를 하는 일을 유익하다 믿는다.
UX 고민은 이제 화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고객의 동선은 실제로 움직이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고객 타게팅의 고려 사항 중에 오프라인 매장은 앉는 위치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하는 문제도 다뤄야 한다.
커피 말고도 매장이 주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해야 비로소 디지털(?) 서비스를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