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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06. 2020

검색결과 어뷰징에 당한 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도 이제는 UX 아닐까?

낯선 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다. 지역명과 맛집을 키워드로 넣고 구글 검색을 했다. 검색 결과 상위 셋만 보고 그 중에서 중식이 땡겨서 4.4 평점만 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네비를 켜고 가는데, 출발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주 보던 체인 중식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곳에서 그냥 먹는 것이 나았다는 생각이다.


냉장고에서 반조리 탕수육이 등장

도착한 가게는 간판을 제외하고는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인지 술집과 겸업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인상을 줬다. 그래도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메뉴판을 주지 않고 주문을 하라고 말하며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아주머니. 갸우뚱 했는데, 금새 배달을 하고 오는 듯이 보이는 아저씨가 헬멧을 벗으며 주방으로 향했다. 불편해질 타이밍을 막으려고 탕수육과 짜장면을 인원수에 맞게 시켰다. 


네. 하고 답하는 아저씨가 내 눈에 바로 보이는 영업용 냉장고에서 커다란 봉지 두개를 꺼내셨다. 하나는 냉동 만두이고, 다른 하나는 반조리 냉동 탕수육이었다. 우리가 그것을 먹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주었고, 체인점을 패스하고 "동네맛집"이라는 리뷰에 낚여 여기 온 것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주인 내외가 분투하는 곳이라 이해하고 넘기지만

탕수육은 결국 맛있게 먹지 못했다. 짜장면 역시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다만, 주인 내외가 홀서빙과 주방, 배달을 모두 하고 계시니 어뷰징 업체를 써서라도 리뷰를 남겼겠다 싶었다. 하지만, 다시는 그 집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집에 와서 내 실수를 다시 확인한다. 리뷰 건수가 18건. 이 정도면 돈을 받고 작성해준 소위 말하는 어뷰징일 가능성이 매우 높을 듯하다.


어뷰징으로 눈속임을 하실 바에는 냉장고 위치라도 좀 바꾸셨으면 어떨까 싶다. 주문은 눈을 맞추고 받아주셨으면 다시는 안 갈 식당으로 기억은 하지 않았을 것 같고. 


어제 중국에서 보편화 된 테이블 오더가 한국에도 보이길래 찍었던 사진이 있다. 주인이 눈을 맞출 여력이 없으면 이런 편리함이라도 줘야 한다.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에게 받을 먹기 위해 목청 높이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는 핸드폰을 여는 것이 나은 경험이다. UX 하면 웹이나 앱을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세상은 이미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모호해졌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본질이 가능 중요하다. 하지만, 본질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사용 경험이 결정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소소한 식당 선택 실패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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