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론적 세계관 몸으로 배우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강렬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당장 때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아직은 실천에 옮길 의지가 부족했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이제 때가 된 듯하여 실천하고 얻은 기록을 여기에 남깁니다.
협상 자리가 있었습니다. 서로 충분한 신뢰가 있는 분이었는데, 여기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일부라도 반영해 보고 무언가 얻고자 했습니다. 책을 빠르게 훑어보고 11개 항목을 메모한 후에 협상을 위한 통화를 다시 했습니다.
전화를 걸 때 제 계획은 바로 다음 조언을 시도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대화로 시작하고 지금 상황이 힘들지 않은지 물어보세요.
비슷한 내용이 책 26쪽에도 있습니다.
나는 협상을 시작할 때 보통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라고 묻는다.
시도해 보고 배운 바는 상대의 화법과 충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도 책의 교훈이 적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협상에서는 절대 상대방을 이기려 들어서는 안 된다
협상 이슈뿐 아니라 대화의 주도권 싸움마저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편, 의식하지 않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면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 아닌가 점검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라. 감정에 휘둘리면 협상을 망칠 뿐이다.
평정심을 가지고 할 일은 준비를 통해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일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단 5초밖에 없다 해도 반드시 준비를 하고 말하라. 협상 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준비 과정에서 협상의 결정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파악을 해야 헛심을 빼지 않게 됩니다.
협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의사결정자를 찾아라. <중략>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항공사 직원과 이야기해 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 힘을 알게 되면 인정하고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가진 지위와 힘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한편, 협상은 시시비비로 흐르기 쉽기 때문에 준비를 통해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누가 옳은지 따지지 말고 목표에 집중하라.
마지막으로 사업을 하면서 진하게 이해하게 된 내용이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소통하라. 사람과의 관계는 협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큰 부분이다.
다행히 '목표에 집중하라'는 교훈은 이 책을 다시 펼치기 전에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후에 다음 지침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궁리를 했습니다.
강압적 수단을 쓰지 않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손을 내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감정에 신경을 써 행동하는 '감정적 지불Emotional Payment'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제 통화 시도는 바로 그 감정적 지불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더니 '점진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계획이 떠올랐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는 상대의 입장에서 '설득이 안 되는 요인'을 함께 찾아간 것입니다. 상대방과 신뢰가 생기니 이를 함께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가 꼭 나만의 목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구체적인 목표에 집중한 결과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혼자만 잘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잘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통화가 아주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그의 표준 안에서 한 걸음 나아간 제안으로 상대가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강조한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가 먹힌 듯도 합니다.
인생에서는 모두가 이득을 볼 수도 있고, 언제나 내일이란 기회가 주어진다.
한편, 협상이 길어질 경우 협상 모델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공감합니다.[1]
이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과 도구들은 쉽게 참조할 수 있도록 원하는 것을 얻는 협상 모델로 통합되어 있다. 물론 각자 자신만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더 좋다. 철저한 준비 없이 협상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단 몇 분이라도 목록을 정리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밀당을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희망적인 글귀가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협상 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신뢰는 자신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낼 때 생긴다.
협상을 줄다리기 게임에서 벗어나 윈윈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저자가 주장하는 The Getting More Model의 가치가 될 듯합니다.
이에 대한 저자의 풀이를 옮겨 봅니다.
협상은 사실상 '설득'이나 '의사소통' 혹은 '영업'과 같은 말이다. 이 모든 일들은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고 상황에 맞는 대응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동일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느낌을 담아 두었던 말인 '협상론적 세계관'을 가장 잘 정의한 문장들을 만납니다.
협상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협상을 잘하거나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정의한 협상의 정의를 인용하며 글을 마칩니다.
협상은 상대방이 특별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협상은 상대방이 특별한 '판단'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협상은 상대방이 특별한 '인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협상은 상대방이 어떠한 '감정'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1] 다른 맥락에서 얻은 경험이 작동하였습니다. '협상 모델'이나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다루는 '도메인 모델'의 공통점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둘 다 '모델'이어서 그런 것인지 '저장소' 성격을 지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