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다가 미디어 문해력에 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영상은 우리가 흔히 듣는 '한미동맹 강조'나 '가치 외교'와 같은 말이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사대주의'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합니다. 먼저, 사대주의(事大主義)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사대주의 하면 영화 <남한산성> 때문인지 '병자호란'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저는 병자호란을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부모의 나라'라는 헛된 믿음에 갇혀 결국 굴욕을 자초한 사건으로 생각합니다.
불법적인 계엄령을 시도하다 퇴진한 지난 정부는 미국과 일본을 향한 이중적 사대주의 외교를 펼쳤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이전 정부에서 세력을 키웠던 극우 인사들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이미지 조작을 통해 극우적 선동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외교적 관점에서 사대주의의 본질적인 문제는 선택의 폭을 스스로 좁힌다는 데 있습니다.
최근 제 글 <점진주의: 애자일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표현>에서도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급하게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곤 합니다. 이는 제 책 <나는 애자일이 싫다>의 실제 모델이 된 지인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소위 '이념론자'들이야말로 가능성을 미리 닫아버리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편, 영상 속 한 장면은 제가 자주 언급했던 '협상론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협상론적 세계관에서는 문정인 교수의 견해가 더 설득력 있어 보였습니다. 더 명확한 이해를 위해 2023년에 읽었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책의 서문에는 토론에서 문정인 교수가 주장했던 내용과 비슷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기존의 협상법들은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며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와 같은 방법들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진짜 협상법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며,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리고 상황에 맞게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대처 방법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영상 후반부에 언급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1]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문화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1]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해 퍼플렉시티에게 물었습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2020년 12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제정된 법률로, 외부의 반동적·반사회주의 사상문화의 유입과 유포를 차단하고 북한식 사상·문화를 수호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은 남한, 미국, 일본 등 적대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도서 등 외부 콘텐츠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고, 이를 접하거나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4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46.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그리고 오픈AI의 야심
47. 인공지능과 유튜브가 만들어 준 지식 검색의 변화
54.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사고를 돕는 과학의 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