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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17. 2021

나는 애자일이 싫다

디지털 전환 선행 연구 No. 2

나는 어떤 조직에서 애자일에 대해 의견을 구해와 책을 추천해준 일이 있다. 뜻밖에도 그 조직에서, 그 책을 함께 읽은 후에 의견을 나누는데, 수장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나는 애자일이 싫다

전해 들은 이야기라 실제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충격적인 이야기다. 그러던 차에 김국현 님의 인사이트 넘치는 만화를 보고,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처: https://eiec.kdi.re.kr/publish/reviewView.do?idx=66&fcode=000020003600007&ridx=4&pp=20&pg=1


치밀한 계획 일사불란한 수행을 바라는 사람들

나는 '애자일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리더는 과거의 리더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은퇴를 준비하셔야 할 지지도  모른다. 저성장기에 접어들었고, 디지털 시대, 다른 말로 하면 지식정보화가 산업 전영역을 바꾸어놓은 지금 과거처럼 치밀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까? '치밀하다'는 표현이 주관적인지라 옳고 그를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예측과 판단만으로 계획을 복잡하게 짜는 일은 과연 유용할까? 


문득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던 때, 사람들이 보여준 관심과 충격이 떠오른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빨리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일 없어 계획을 치밀하게 짜는 일이 2021년에도 유효할까? 인공지능은 어찌 보면 주어진 데이터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판단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일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GROWTH MINDSET 성장형(?) 사고방식

페친 글을 통해 얻은 아래 이미지가 앞선 김국현님의 삽화와 묘한 대응을 보여준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groups/ephelpingfamilieswfg


성장형(Growth)과 고정(Fixed) 사이에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항은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성장형에게 실패는 성장의 기회이지만, 고정의 경우 능력의 한계치를 말한다. 나에게 있어 행동에 자극을 주는 부분은 전자다. 아래 그림은 내가 애자일을 설명할 때 자주 다루는 태도이면서 지금은 내 태도의 일부를 잘 설명한다. 


출처: https://www.popit.kr/%ea%b0%80%ea%b2%a9-%ed%95%a0%ec%9d%b8-%ea%b8%b0%eb%8a%a5%ec%9d%84-%ec%84%9c

나는 모든 일에서 배움의 가치를 극대화해서 두려움을 이겨낸다. 지금 내가 혹은 우리 팀이나 조직이 무언가를 못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못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지금 역량의 한계는 실패로 규정하기 보다는 타이슨 말하는 링위에 올라 한대 맞는 일 정도로 보면 가볍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반면에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체험도 하기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봐야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https://brunch.co.kr/@graypool/164


애자일 수용이 어려운 이들

과거에 애자일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과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대기업 CIO를 맡고 있는 분인데, 나를 불러 본인이 애자일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한참 질문과 대답을 주고 받은 끝에 그 분이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럴 줄 알았어. 빅뱅 안에 나선형 계획이 있는 것과 같구만. 나선형 방법론은 예전에도 있었어. 그럼 그렇지. 단계별 목표 없이 어떻게 계획이라고 할 수 있나?


7, 8 년 정도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을 듯하다. 이 분들이 지금 찾아와 설명을 요구하면 뭐라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SAFe에서 말하는 Lean Budgets(분기마다 예산 집행에 대해 결정하는 방식) 정도를 추가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리라.


출처: https://www.scaledagileframework.com/lean-budgets/

디지털 전환과 애자일

이 글을 쓰며 애자일 관련 글 연재인가  아니면 디지털 전환 선행 연구의 후속 글인가 생각해보았다.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왜? 먼저, 내 욕망에 따르면 습관의 일부가 되어 버린 '애자일' 보다는 직업적으로 개발 중인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관련 글쓰기가 유익하다 판단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꿔서 해당 내용이 디지털 전환과 어떤 관계인가 설명해보자.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 수 있다. 애자일에 대한 선호가 디지털 전환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조직의 성장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전환은 조직을 구성하는 개인 일상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갈등을 내포한다. 그런 갈등을 통해 성장을 이루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록 계획해야지, 처음부터 치밀한 계획으로 실패없이 가자고 주장하는 리더가 있다면 디지털 전환은 100% 실패한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조직의 수장이라면 애자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익히거나 유사한 다른 방법을 배워야 한다. 

출처: https://www.linkedin.com/in/vaughnvernon/detail/recent-activity/


그래도 정직한 것이 좋다

글을 쓸 시점 linkedin에 보인 Faking Agility이라는 글이 있다. '애자일 흉내내기'란 뜻인데, 직업 일상을 이와 같은 무가치한 코스프레로 스스로와 동료를 속이는 일보다는 정직하게 '애자일이 싫다'고 고백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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