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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Nov 16. 2021

현대인은 주로 취향에 돈을 쓴다

소비자 공학 연구

IT컨설팅 회사 재직시절부터 따지면 커머스 업계에서 일한지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핑몰 사이트에 계정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소비하는 과정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운영을 해서인지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소비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욕망이 분명해졌다. 


말티푸 그리고 한정판 운동화

언제인지 불분명한데, 일을 하다가 사람들이 소비하는 경로에 대해 궁금해진 일이 있었다. 머리 속에서 궁금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을 때, 아내가 지인의 일화를 말하는데 요즘 말티푸가 유행이라며 아는 사람이 무려 250만원에 강아지를 입양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과거에 견주였지만) 여전히 돈주고 개를 사는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신발장에 있는 아내의 운동화를 떠올렸다. 동시에 한정판으로 파는 운동화에 대해 아내가 했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물론, 밖으로 말을 뱉었다가 바람직한 마무리(?)를 못할 것 같아 속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찮게 페친이 올린 페이스북 사진을 보며 아하... 하는 순간에 제목이 떠올라 이 글을 쓴다.


자신을 드러내는 소비

이런 일화들은 확실히 생각하는 주제를 바꾸놓기도 한다. 나는 미술에 대해 아는 바나 취미가 거의 없지만, 유독 아래 글은 눈에 들어왔다.

요새는 남들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그림을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좋고 갖고 싶으면 그냥 사는 것 같아요.

미술 시장은 일종의 재테크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한듯 해서 유사 사건으로 묶기 머뭇거렸다. 하지만, 아주 가까운 지인중에도 복수가 한정판 운동화를 사며 나중에 되파는 일을 고려한다는 점을 생각하니 유사 범주로 묶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오타를 교정하는 사이에 페북으로 알게 된 조엘 킴벡이란 분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아래 내용을 인용한다.

지금은 소비가 자신의 역사가 되는 시대예요. 자신의 소비를 아카이빙archiving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내가 언제, 무슨 물건을, 어떻게 샀는지가 아주 중요한 스토리가 돼요. 그 스토리가 자신을 설명하는 거예요.


할로윈 전야에 산 물건들

할로운 전야에 다O소에서 산 물건들을 집안 곳곳에 설치했다. 지구를 파괴(?)하는 비닐들이다. 과거에 나는 상업적인 행사에 대해 비판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그때는 7살이나 5살짜리 어린애가 없었고, 지금은 두 아이가 있고 더불어 할로윈 행사를 약속한 이웃들과 함께 산다.

나는 포장해야 할 젤리와 초콜릿을 바닥에 풀어놓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구를 구하는 영웅의 길을 포기하고) 그냥 포장에 전념하기로 했다. 포장을 시킨 아내가 나중에 '너무 정성스럽게 포장한것 아니냐'며 놀랐다. (잡념을 지우려고 하다보니 장인정신이 발휘된 모양이다.)

아내 스스로도 평소 다O소에서 이런 포장지들을 볼 때, '저런걸 누가 사냐'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세태가 그렇고 이웃과 어울려 살려면 불분명한 관념적 믿음을 저버리는 일은 쉽게 벌어진다.


그래서, 소비공학 혹은 소비자 공학

도입부에 쓴 욕망 한 가닥을 표현할 때, 소비 공학 혹은 소비자 공학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컨설턴트 시절에 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찾아온 후배가 (내 생각은 착각이라고 돌려 보냈더니) 소비자 행동 연구를 한다며 석사 과정을 밟은 일이 있다. 그 친구는 이후에 SEI 급 논문을 썼다고 자랑하러 프로젝트까지 찾아 왔는데, 자기 논문 주제가 '소비자 구매 행동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점을 논증한 것이라며 더 이상의 연구는 무의미해서 조달청 공무원이 된다고 했다.


당시는 흥미롭게 듣긴 했지만, 딱히 내 의견은 없었다. 십년이 지난 지금에야 소비에 대한 견해가 생겼다. 소비 행동에서 합리성을 찾는 일은 인간의 욕망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는 시도란 생각이다. 가정 자체가 잘못된 듯하다. 욕망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소비를 하는데, 욕망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가? 


아이러니 하게 그렇기 때문에 연구가 하고 싶어졌다. 나는 소비가 문화적 현상(Meme)으로 번져갈 수 있고, 그걸 추적하는 일은 생산자들에게 가치 있는 일이란 확신이 든다. 물론, 그게 수익이 나는 경제적 행위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과거 소비자 연구와는 매우 다를 것이란 점이다.


그래서, 소비 공학이란 과거에 없었을 법한 말로 구글링해보니 역시나 관련 문서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소비자 공학으로 구글링을 했다가 브런치 을 만났다. <사물의 언어>라는 책을 소개해 이를 장바구니에 넣고, 일단 소비자 공학을 따라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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