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길들이기
<인공지능은 언어적 일관성에 의존하는 새로운 지능이다>에 이어서 인공지능을 반(反) 지능이라고 묘사한 글 <AI and the Architecture of Anti-Intelligence>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반지능이 딱 어울리는 한국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입니다.
It's not a mirror, but a kind of cognitive counterfeit that's fluent, convincing, and fundamentally ungrounded and untethered to our humanity.
저자는 정말 정교한 언어를 구사하는 듯합니다.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거울이 아니다(It's not a mirror)라는 설명입니다.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이해하는 전공자가 아니라면 대화하는 상대를 사람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1]
사람 같은 그런 지능이 아니란 점에서 반(反) 지능이란 표현이 적절한데, 위에 인용한 문장에서도 저자가 사용한 counterfeit이란 단어에도 그런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한편, 몇 주 전에 <소프트웨어 공학 지식 체계 문서에 드러난 AI와의 관계>를 쓰며 인용했던 문구가 떠오릅니다.
An ideal AI system would be one that a human could not identify it as a computer; humans would not be able to distinguish the computer from a human being.
이상적인 인공지능 시스템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산업표준과 같은 문서에서 정의하죠. 특정 집단에 의해 객관화된 욕망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공지능의 유창함과 확신(fluent, convincing)에 반(反)해서 근본적으로 근거가 없는(fundamentally ungrounded and untethered to our humanity) 그저 드러난 결과를 통해 학습한 확률적 생성기라는 점을 간과한다는 점입니다.
다음 그림에 거기에 더하여 패턴 기반의 인지에 대하여는 우리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듯합니다. 훌륭한 사분면 활용이라 하겠습니다.
한편, 다음 문장은 쉬움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설명하는 듯합니다.
Because we’re beginning to confuse coherence with comprehension.
단어의 뜻을 비교해 묻고 따지는 대신에 퍼플렉시티에게 두 개념 비교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이해를 못 해도 알 수는 있다고 합니다.[2] 암기를 말하는 것일까요?
It’s the performance of knowing without understanding.
그리고 보니 암기식 교육의 폐단도 떠오르네요. 시험만 잘 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을 최근까지 보아 왔으니까요. 비슷하게 저자는 다음 문장을 통해 자기도 모르는 말을 확신에 차서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They don’t know what they’re saying, and more importantly, they don’t know that they’re saying.
인공지능이 그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것이군요. ;)
저자는 반지능의 근본 아키텍처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자신이 쓴 또 다른 글인 <How Humans Think and AI Generates>를 소개합니다. 이 글을 쓰고 난 후에 다시 읽어 봐야 할 듯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완전히 다른 아키텍처가 바로 그 유명한 Transformer 아키텍처입니다.
that's based on prediction, not perception. And it's worth saying again, they don’t form thoughts, they pattern-match them.
지각 대신 예측을 하고, 생각을 결과로 내놓는 것이 아니라 패턴 매칭에 의해 가장 확률 높은 답을 내놓은 것이란 의미입니다. Transformer 아키텍처가 불러온 거대한 변화를 보면서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일'이 그렇게나 중요한 일이었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바둑도 결국 다음 수를 놓는 일이었습니다.
말을 바탕에 두니까 생체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각 이미지는 처리하지 못합니다.
They’re building the appearance of knowledge that is often indistinguishable from the real thing until we ask a question that requires judgment, reflection, or grounding in reality.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죠. 월드 모델과의 조합은 저자가 지적한 근본적 한계 중 하나(grounding in reality)를 극복하는 노력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테슬라가 구축해 가는 FSD가 하나의 반증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시간의 흐름도 감각 기관에 종속됩니다.
We remember, we revise and we speak in sentences and build identities over time.
그러니, 말에는 시간의 흐름이 없다는 말일까요? 하지만, 이 부분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나노 바나나 열풍으로 알게 된 '일관성 기술'은 마치 시간을 감지하는 듯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문장을 볼 때도 <모델에 없는 장기 기억을 구조화하는 프레임워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It’s stateless, distributed, high-dimensional, and has no memory.
언젠가 인공지능은 기억 비슷한 것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절대로 자아가 있을 수는 없습니다.
It has no “self.” <중략> It’s not a mind, but seeks patterns
[1] 그 유명한 튜링 테스트가 떠오르네요.
[2] 퍼플렉시티에게 Knowing과 Understanding 개념 비교를 요청한 내용입니다.
Knowing은 외형상의 정보 습득, Understanding은 그 정보를 넘어서 이유, 맥락, 원리까지 진짜로 파악하는 능력이라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AI와 인간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0. AI알못 입장에서 이해한 RAG와 RLHF 효용성
11. 외계 지성의 위한 인공 윤리 준수와 통제의 필요성
13. 자신의 역량을 증강시키는 도구를 만들어 온 인류
14. 데이터 인터페이스로서 LLM이 갖는 중요한 역할
16. AI는 저장된 기억을 검색하지 않고 패턴에 의존한다
17.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정보의 조합과 응용 과정
20. 인공지능은 언어적 일관성에 의존하는 새로운 지능이다
22.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 대국은 먼저 온 미래였다